집권당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토요일인 27일 오후 마라톤으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같이 결의했다.
 
이는 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일단 수용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는 모양새는 피하는 한편, 당헌·당규를 개정해 이준석 전 대표의 비대위 효력 정지 추가 가처분 신청을 통한 제동을 피해갈 수 있는 '새로운 비대위'를 다시 꾸리겠다는 것이라 한다.
 
  국민의힘은 다만 당헌·당규 개정 전까지는 현재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며, 당내 최고의결기구도 현재 있는 비대위라고 밝혔다. 특히 당내에서 '책임론'이 제기된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를 수습한 뒤 의총을 재소집해 의원들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국민의힘의 이번 결정은 법원의 판정에 따라 당 지도부가 진공 상태에 빠지게 되자 신속히 새 지도부를 구성하려 내놓은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법원 결정문의 취지는 최고위로 돌아가라는 것인데, 이미 앞선 당의 결정으로 최고위는 해체된 상황이란 점에서 최고위 체제로의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비대위 현 체제는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당헌·당규를 정비해 '새 비대위' 지도부를 구성하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의 이런 결정은 당장 내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도부는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한다. 이번 의총 결정은 국민과 당원을 졸로 보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와 함께 4선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날 의총 결정에 대해 "정치를 죽이고, 민주주의를 죽이고, 당을 죽이고, 대통령을 죽였다"며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정치를 살리는 길이고, 민주주의와 당과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 정부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힘의 일거수일투족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더욱이 법원의 결정에 당 지도부 공백을 맞게 된 비상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부에서 반발이 잇따르는데도 전날의 의총 결정을 밀어붙일 경우 과연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바라보겠는지 직시하기 바란다.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초기부터 집권당이 갈등에 휩싸이고 급기야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라는 법원 결정이 나오기까지 지속되는 당 내분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여당의 내부 분란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수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민을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당내 분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해법을 대국적 차원에서 모색하기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