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일 대구·경북 업무보고를 계기로 최근 불거진 'TK 폄하 발언' 논란과 세종시 수정 추진 이후 계속돼온 역차별 논란 등에 직접 맞서고 나섰다. 이를 통해 세종시 문제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맞닿아 않은 외적인 요소를 차단함으로써 앞으로 남아있는 세종시 당론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고, 계속되는 정치 논란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구·경북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조심스럽지만 근래에 세종시가 되니 대구·경북이 어려워진다는 말이 있다"며 "대구·경북이 어떤 지역인데 매일 피해의식을 갖고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내가 들으니 지역에서 첨단복합단지도 다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참 희한하다"며 "지역 발전에는 정치 논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 첫 마디에서 대구·경북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한편, 광주와 대구를 연구·개발(R&D) 특구로 지정하는 행정적 준비작업에 착수하라는 지시도 함께 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세종시 문제를 거론하고, R&D 특구 지정을 언급한 것 등은 비충정지역의 반발이 세종시 문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텃밭으로서 세종시 수정안을 계획대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의미가 큰 지역이다. 이뿐 아니라 머지않아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는 만큼 여론이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에 대한 진위 논란으로 인해 이 지역의 여론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갈 수도 있는 시점이었던 것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수석이 지난달 말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TK(대구·경북) X들, 정말 문제 많다'라고 발언했다고 한 지역언론사가 보도하자, 이 수석은 "극도로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최소한의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은 언론의 정도나 본령을 한참 벗어난 일"이라고 반박하면서 해당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일도 있었다. 아울러 같은 자리에서 이 수석이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첨복단지 입지 선정에 있어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부정확한 전언에 따른 것"이라며 정치적인 고려나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같은 논란들이 이어진 것과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이 이번 업무보고를 계기로 지역의 불안한 민심에 대해 확실한 마침표를 찍기를 원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이 대통령의 '민심 달래기'가 얼마만큼 대구·경북지역에 '이심전심'으로 통했는지가 앞으로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전통적 기반인데도 불구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 지역의 민심이 일단 세종시 문제에 있어서도 박 전 대표의 행보와 맞물려 충청지역의 여론 못지않게 적지 않은 파급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대구·경북 업무보고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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