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 무상급식과 교육비리 척결을 위한 정부의 교육감 권한 축소 방침, 지방행정체제 개편방향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성향의 야당인 자유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는 이날 MBC TV에서 생방송된 '2010 지방선거 공직선거 정책토론회'에서 점진적 무상급식 실시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전면 무상급식 실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혈세로 부자들까지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다"며 "전면 무상급식은 선거용으로 급조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무상급식 전면 실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도 "무상급식 문제는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측면이 있다"며 "돈 있는 사람까지 무상 급식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고 선거가 끝난 후 차분하고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단계적 무상급식을 지지했다.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원내대표는 "무상급식은 단계적, 점진적으로 확대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돈 없는 사람이 세금을 내 부유층 급식비까지 내야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만큼 급식도 무상으로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헌법31조를 보면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무상급식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교육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부자감세를 통해 5년 동안 90조 원이 감소되고 부동산 종합세로 연간 1조5000억 원이 감소되고 있다. 부자 감세를 일부만 하지 않아도 예산확보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헌법 31조를 보면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해야한다고 돼 있다"며 "학교급식도 교육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원내대표는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굶는 아이들 먹이자는 것이 어떻게 포퓰리즘인가"라고 반박했다.
교육비리 척결을 위한 정부와 여당의 교육감 권한 축소 방침에 대해서는 야당이 반대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교육비리의 가장 근본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있다"며 "교육비리 문제는 교육감 권한이 확대돼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교육감 권한 축소가 아닌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내부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데 우리는 국회차원에서 내부 고발자 보호조치 등 입법조치 필요하다고 판단,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한나라당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해놓고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맡고 사교육비가 많이 늘어났다"며 "한나라당은 교장권한 확대를 교육비리 해결방안으로 내놓고 있는데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은 "한나라당이 실시하는 교장 초빙 공모제는 외부의 신선한 피를 수혈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은퇴한 교장을 공모받아 교장으로 취업시키면 교장 정년 연장제도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분을 선출할 것이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원 공감했지만, 개편의 방법론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현 지방행정체계는 만든 지 100년 정도된 체계인데, 시대가 바뀐만큼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며 "현재 국회 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 관련 기본법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4월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4년 내에 전국을 70~80개로 광역화할 수 있다"며 "지역의 의사도 충분히 들어야겠지만, 법적으로 어느 정도 강제하지 않으면 통합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70~80개의 광역권에) 조세·재정·의사권 등의 권한을 이양, 지방분권을 이뤄야 한다"며 각당 원내대표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지만, "밀실에서 몇명이 뚝딱 만들면 안 되며,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고 정부의 접근방식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원내대표는 "(지방행정체제를) 70~80개로 나누는 것은 개헌 못지않은 큰 개혁작업으로, 엄청난 사회갈등과 혼란을 감내해야 한다"며 "이것과 병행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개헌,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국가 100년 대계인 만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행정구역개편은 시·군·구를 광역화하고 시·도를 없애자는 내용인데, 이것은 주민참여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세계적 흐름에 맞춰 지자체를 광역화하고 인구 500~1000만명 규모의 5~7개의 광역단체로 만들어 외교·국방·통화를 제외한 독자적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노당 강기갑 원내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하향식,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는 행정체제 개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조건 행정구역을 통합하고 키우면 지역경제와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식의 개편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원내대표는 "개편논의의 이유는 충분하지만 논의방식이 문제"라며 "한나라당, 민주당 등 기득권을 가진 당이 유불리를 보며 논의하니 문제"라고 지적했고, 노철래 희망연대 원내대표는 "자율통합을 위해 중앙 정부가 인센티브를 대폭 주고 자발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 23일 오전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공직선거정책토론회'에서 각당 원내대표들이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강래,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창조한국당 이용경, 민주노동당 강기갑, 자유선진당 류근찬,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