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 아랫 동네 '진현동'이 젊어지고 있다
 
봄이면 겹벚꽃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불국사 아래 진현동은 오래전부터 전국 수학여행지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수학여행단의 발길이 뜸해지고 유스호스텔이 문을 닫으며 걷는 이조차 드문 적적한 마을로 우리에게 점차 잊혀진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 4~5년 전부터 이 동네에 자연을 좋아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 둥지를 틀며 동네엔 작지만, 온기 넘치는 가게 불빛들이 밝혀졌다.
  원주민들과 이주한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서 다시 진현동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 진현동은 겹벚꽃이 흐드러지는 봄 한 철 명소가 아니라, 사계절 내내 산책하며 느릿느릿 살기 좋은 힐링의 대표 마을로 진일보했다.
 
 최근 찾아본 진현동의 넓고 탁 트인 거리에 정렬해있는 아치형 가로수에는 늦가을 서정이 절정이었다. 문화와 예술이 골목 사이로 흐르는 진현동에서는 황리단길과는 결이 다른 경주의 새로운 명소로서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이 거리와 골목에서는 단연, 높은 층고의 한옥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부귀와 영화로 점철됐던 불국사 상가들이고 주택들이다. 큰 규모의 유스호스텔 사이사이로 보이는 한옥들은 펜션으로 활용되거나 주택으로 기능하고 있다.
 
널찍하고 반듯한 길과 골목에서 만나는 거대한 한옥 건축물은 이제 쇠락의 정점을 지나, 대형 호스텔이나 주택 등이 최근 부쩍 새롭게 리노베이션 중이어서 세련되고 젊어지고 있었다. 수 년전 보다는 동네 환경미관도 눈에 띨 정도로 정비돼 있었다.
  대부분 1970년 후반의 건축물로, 변신 전엔 마치 철옹성 같은 한옥의 이미지였다면 뉴트로 풍으로 변신한 건축물들은 제각기 개성을 지니면서도 압도적인 건축미를 뽐내, 전국 최고의 독특한 한옥건축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점차 이 동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작은 독채 상가들부터 매매 및 임대가 이뤄져 최근엔 덩치 큰 건물까지 매매가 활발하다고 한다.
 
진현동 주민들은 동네에 불어닥친 메르스와 세월호 참사에 이은 지진의 악재, 코로나19 여파를 힘겹게 이겨내고 있다.
  불국사숙박단지 내 경주황룡유스호스텔 등은 관광비수기인 겨울철 적극적인 노력으로 태권도, 축구, 야구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불국사와 토함산을 배경으로 훈련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이곳에서 숙박하며 쉬는 장소로 유명하다. 
 
유스호스텔 업계는 리모델링 등으로 업종 변경을 시도하는 등 기존 상가들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날의 영광을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지역 주민과 상인, 기관단체, 경주시가 나섰다. 숙박업소들은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맞게 리모델링을 하고 관광객 맞을 준비를 했다.
  경주시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며 이런 노력의 결과로 떠났던 관광객들이 다시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불국신택지길 경사진 대로변에는 사계절 내내 운치있는 가로수가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개성 만점의 가게들이 가지는 자생력이 결합돼 그만큼 유인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곳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한 MZ세대의 방문도 잦다. MZ세대를 끌어들이는 요인 중 하나인 이색 카페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이 동네에는 한옥카페와 공방카페, 감성카페, 고양이카페 등 45여 곳 카페들이 있다.
 
진현동 상권은 크게 경주시 관리 상권과 개인 소유 상권으로 이원화돼 있다. 경주시가 관리하는 불국사 주차장 바로 아래의 정방형 불국사상가시장협회 건물 두 동은 경주시가 운영하고 완충 녹지공원 건너편 ‘불국사유스타운’부터는 개인 상가로 사유지인 것이다.
 
진현동은 일명 ‘불리단길’로 불리고 있다. 이 별칭은 경주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별칭에 대한 주민들의 이견이 많다.
 
‘불리단길’이라는 명칭으로 더 알려진 진현동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어법에도 맞지 않은 불리단길이라는 명칭보다는 ‘나아갈 진(進), 재 현(峴)’ 이라는 조상들이 지어준 ‘진현’이란 이름을 다시 회복해 정체성을 찾아야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또 ‘소소소 길(소소하게 다니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 소품등을 구경하는 거리)’로 명명하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벽화나 안내판에 ‘불리단길’로 명명돼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민들도 진현동이라는 진정성 있는 명칭을 두고 유행 따라 뒷북치는 동네명은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상가이용원(대표 유현수)’이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48년 이발 경력을 자랑하는 이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유일한 이발소였다는 이곳은 1973년 건물로 1980년대가 가장 번성했던 전성기였다고 한다.
  유현수 대표는 “평소 경주에 애착이 많았던 박정희 대통령의 지휘하에 상가 및 숙박시설단지가 조성됐다. 근린 5종 지역으로 골기와 이외에는 허가가 나지 않았고 당시 건축비용이 많이 들어간 건물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건물들은 1980~90년대 지어진 건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택들은 1970년대 당시 지어진 것들이다. 낙후돼있는 건물들에 대해 타일을 교체하고 도색을 하는 등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불국사 앞 상가와 숙박시설단지 일대로 구성된 진현동에는 5년여 전부터 작고 예쁜 카페들과 밥집, 복합문화공간, 체험형 공방, 서점, 갤러리형 카페 등이 하나씩 생겨 불국사를 찾는 이들에게 조금씩 회자되면서 널리 알려지고 있다.
  2017년 추석 연휴 즈음, 경주 관광이 인파로 들끓었을 때 불국사 권역도 개인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진현동에도 새로운 형태의 카페인 ‘유니정원’이 가장 먼저 들어섰고 2018년 초부터 황리단길의 열기를 잇는다는 의미에선지 ‘불리단길’이라는 동네 이름이 생겼다.
 
2017년 개업했다는 ‘유니정원’은 이곳 카페 1호점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새 주인들은 ‘서울에서 직장 잘 다니고 있던 젊은 신혼부부’다. 그들은 작은 카페를 꿈꾸었고 여기 진현동에 정착했다고 한다. 주로 화분을 취급하며 꽃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이곳은 작은 한 채의 한옥을 그대로 리노베이션했다.
 
불국사에서 내려오는 큰길가에 있는 ‘오미뇽’은 브런치카페로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가게로 소문나있다.
  ‘vin101’은 와인이 생소한 사람부터 와인을 즐기는 사람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와인을 추천해 줘 실패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주저말고 한 번 들어가 볼 만한 공간.
 
연이어 2018년 3월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라떼는...’에 들렀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 작업실인 이 공간은 쉽고 편하게 체험을 할 수 있어 늘 수강생이나 손님들로 가득하다. 꽃그림 그리고 배우고 놀다 가는 공간, 주민들과 공생하는 친숙한 공간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