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사고 현장 부근에서 한 경찰관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인파로 가득한 거리에서 이 경관은 "(이쪽으로 가면) 안 돼요. 돌아가세요"를 외치며 인파 유입을 통제했다. 그는 "사람이 죽고 있어요. 제발 따라주세요. 도와주세요"라며 애원하듯 소리쳤다. 사고 현장인 좁은 회랑으로 들어서려는 사람들을 제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영상 댓글에는 "진정한 영웅이다", "만약 그곳에 이런 경찰관 몇 명만 더 있었더라면…"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더 큰 참사를 막은 것으로 보이는 그의 책임감 있는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공권력 집행관의 공무 집행에 박수가 쏟아지는 현실에 대해 국가 안전 고위 당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들은 스스로 제 책임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참사 사고와 관련해 "무한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고강도 내부 감찰과 신속한 수사를 약속했다. 그는 특히 참사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있었지만, 현장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경찰의 초기 대응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력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며 희한한 상황 판단과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이 있음에도 이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국가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논란 발언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을 삼가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유감 표명에 그쳤다. 한 경찰관의 고군분투 영상이 공개되고, 경찰청장도 초기 대응 실패를 자인한 터에 이 장관이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는 하지 않을망정 엉뚱한 변명으로 일관한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윤 청장 역시 이날 회견에서 "전반적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빠짐없이 조사하겠다"며 "읍참마속의 각오로 진상규명에 임하겠다"고 했다. 실무자들의 잘못을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것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수도 서울 번화가에서 156명이 숨진 초대형 인명 사고다. 그들 스스로 '무한책임'을 말했고, 경찰의 신고 대응 잘못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실무자 몇 사람 처벌하고 끝낸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장관과 청장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정무적 책임을 지는 자리지 무거운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는 자리가 아니다. 철저히 사고 원인을 조사해 유사 사고를 막을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도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잠깐 버티면 넘어갈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는 더 큰 정권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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