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 아랫동네 진현동 거리(불국신택지길, 일명 불리단길)는 동서로 이어지는 메인도로 4개길, 남북으로 8개의 길이 바둑판처럼 뚫려있는 가운데 유스호스텔, 유스텔, 기념품 상점, 식당, 카페 등 다양한 상가들이 복합적으로 조성되어 있다. 몇 년 전 인근에 두산위브아파트가 들어선 마을이기도 하다.   진현동 한가운데 위치한 소공원에는 ‘김후철 정크 아티스트’의 정크아트가 전시되고 있다. 또 매주 토요일, 진현동 거리(불국 신택지 5길)에서는 플리마켓 ‘진현동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린다.    불국동청년회, 불국자율방범대, 불국사숙박협회, 불국사상가번영회의 후원으로 진행되며 경주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이 판매되며 공예품 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체험도 할 수 있다.   진현동에는 50여 년 전부터 형성된 불국사상가협회 상점들과 함께 최근, 작고 예쁜 이색 카페들과 밥집, 복합문화공간, 체험형 공방, 서점, 갤러리 등이 하나씩 생겨 불국사를 찾는 이들에게 회자되면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유스호스텔을 개조해 카페 ‘디맨션’이 들어섰다. 이 카페 바로 옆에는 이 흐름에 액센트를 찍는 목공방이 하나 더 가세했다. ‘우드 인 스토리(wood in story)’다. 2층의 아담한 한옥 유스텔을 리모델링해 목공체험, 원목가구 주문제작을 주로 하면서 운영하는 이 공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니 정원을 마주보는 위쪽 상가들에 ‘그냥 작고 소박한 밥집(김동하 대표)’이 있다. 2018년 5월 입점했다는 이 집은 손님 맞춤형 밥집이다. 배고픈 학생들이 찾아오면 김밥은 더욱 푸짐해지고 두툼해진다.    김동하 대표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불국사를 찾는 이들이 넘쳐 나지만 이 골목길에 이런 가게들이 있다는 것을 아직 잘 모르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이 거리 안쪽 상점들을 알릴 수 있는 작은 약도나 안내판이 시급해 보였다.   이웃한 ‘신촌서당’은 오래된 좋은 책들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공간으로 한 달에 한 번 공연이 열리고 책모임도 진행된다. 꽃책방, 골방책방과 같은 건물에 있으며 꽃책방은 틈새꽃집의 꽃과 골방책방의 책, 느림보상점의 빵을 파는 곳이다.   ‘행복한 춘심이’ 캐릭터로 유명한 이철진 중견화가도 2018년 이 동네 주민이 됐다. 경주를 워낙 좋아했거니와 전시와 작업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적당한 곳을 찾던 중 불국사 주변인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이 공간 맞은편 건물 벽에는 춘심이가 벽화로 그려져 있는데 거리가 환해졌다며 주민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카페 ‘라떼’ 갤러리 조혜경 대표는 “진현동은 조금씩, 점진적으로 최근 많이 바뀌었어요. 제게 이 공간은 힐링의 공간이고 즐기는 공간이고요. 우리 가게 오셔서 힐링하고 가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매매’ 현수막이 이 동네 상가건물 여기저기 걸려 있었지만 최근 1~2년전부터는 덩치가 크고 오래된 건물인데도 부쩍 매매량이 늘어나 동네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조그마한 건물은 거의 매매가 완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황리단길과는 색깔이 다른 것 같다면서 황리단길에 20대~30대의 관광객이 주로 찾는다면 진현동에는 중장년층도 많이 찾는 편이라고 했다. 점주들도 20대부터 이곳 토박이 중노년층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그녀는 이 동네 위쪽 불국사 상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래쪽 유스호스텔군과 개인 가게들도 간판이나 안내판 등으로 알려져 유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이 길이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동네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공간도 문을 열고 있다. 올해 3월, ‘로드 22(경주시 불국신택지2길 22)’가 오픈했고 건물 내 점포들이 속속 입점했다. 그중 1층에 입점해있는 플라워샵에는 최근 식물과 가드닝에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개업 후 6개월여 지난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현재 로드 22에는 보이차 판매 전문점, 라탄 공예점, 캔들 공예, 미술 전시 공간 ‘미지 갤러리’, 카페 ‘체리블라썸’, 프랑스 자수전문공방 등이 입점해있다.   문화복합공간을 추구하며 다양한 공방들이 모여 있어, 상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이곳을 선택하게 됐다는 플라워샵 주인장은 앞으로 젊은층의 새로운 마켓들이 다양하게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경주시가 관리‧운영하는 불국사상가협회시장 권역은 총 100칸의 상가에 54명의 점주가 시장 사용료를 내고 임대해 장사하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까지는 경주 시내 개발 상권이 불국사밖에 없어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진현동 상권이 가라앉으면서 상가시장도 50여 년간 옛 상가 형태 그대로 존속돼 있었다.   2017년경까지는 이곳 상인 누구도 창문 하나 교체한 예가 없었다. 경주시에서 이 상가시장을 관리해왔으니 그런 식으로 영업을 계속해 온 것이다. 그러니 상권이 활성화될 리 없었다.   이런 고답적인 분위기를 과감하게 혁신시킨 이가 있다. 불국사 앞 가장 모던한 인테리어와 퓨전 한식으로 유명한 ‘난식당 1974’ 박경태 대표(불국사상가공설시장협회장)였다.   이 동네 토박이인 박 대표는 전체 불국사상가시장 100칸 중에서 사비를 들여 인테리어를 도입, 시행한 예로는 최초였다. 오전 11시에 오픈해서 오후 3시~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을 시도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휴일을 적용했다.   박경태 회장은 “이 상가 설립 50년 만에, 최근 핫한 가게들의 운영방식을 시범적으로 적용한 것도 제가 처음이었다. 이 동네에선 굉장한 모험이었다”고 했다.   박 회장는 식당 개업 후, 이 동네가 커져가는 것에 주목하고 젊은 점주들을 유도해 주변 상가에 입점하도록 권유했다. 인근 카페 ‘내류사’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소위 불국사 상가 ‘1세대’들의 점주 비율이 50% 정도다. 1974년 상권 창립 멤버들이 50년째 상가를 지키고 있어 상가가 쉽게 변화하지 않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이곳에서 창업할 때 도박하는 심정이었다면서 일단 성공시켜서 다른 상가의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창업 후 3년 만에 손님들이 줄을 잇고 가게 가치는 매우 상승했다. 이제는 기존 점주들도 깨끗하게 인테리어를 하는 등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불국사 상가 회장직을 맡으면서 ‘일단 우리가 변화해야 된다’면서 깨끗하고 친절한 것은 물론, 가게도 그간의 틀을 깨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도 상가 입점을 원하는 대기자는 줄을 서 있을 정도라고 한다. 박 회장은 ‘이런 분위기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말하면서 특색있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조성된다면 이곳 진현동은 전국적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원시원한 대로와 바둑판형 정확한 진현동 골목길은 황리단길에 비해 아기자기한 맛은 덜했으나 오랜 수령의 가로수가 운치를 더해 느릿느릿 여유자적 할 수 있는 거리였다.    최근 입점했거나 이미 가게를 연 작은 가게 점주들은 상혼보다는 넉넉한 인심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속적 발전을 도출하기 위해선 상인 간 협조와 공생의 길을 걸어야 하는 과제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상인들이 더욱 화합하고, 총총하게 가게들이 생겨 아기자기한 맛이 더해진다면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매력적인 동네로 발돋움할 잠재력이 풍부한 동네였다. 옛 영화(榮華)에 현대적 생기를 더한다면, 진현동의 지속적 발전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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