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 지원의 기준이 되는 교육부 주도의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가 폐지된다.
 
재정지원의 근거가 되는 평가는 교육부가 직접 하는 대신 사학진흥재단이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에 맡긴다.
또 대학 설립·운영과 관련한 4대 요건도 대폭 완화해 대학의 증원, 대학 간 통폐합에 자율성을 부여한다.
 
2024학년도부터 총 입학정원 범위 안에서 학과의 설립과 폐지 등을 대학 자율로 조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방대는 내년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경우, 결손 인원 만큼 새로운 학과를 신설해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다.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3차 대학규제개혁협의회'와 '제9차 대학기본역량진단제도 개선협의회' 결과를 16일 공개했다.교육부가 대학 규제를 손보기로 한 것은 4차 산업 혁명, 디지털 대전환 등으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낡은 규제 때문에 대학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연금과 함께 교육을 3대 개혁 분야로 언급하며 교육 개혁에 힘을 실어 왔다.교육부 역시 교육 개혁, 특히 고등교육 분야 개혁에 공감대를 형성해왔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가 핵심 업무 중 하나로 꼽는 대학 관리·규제 업무에서 점차 손 떼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안은 현 정부 들어 교육부가 공개한 첫 번째 대학 규제 개혁안이다.학령인구 급감 등으로 대학이 재정난에 봉착한 상황에서 평가와 설립·운영을 옥죄는 규제라도 먼저 풀어 대학의 숨통을 틔우려는 취지로 해석된다.이번에 개편 대상이 된 대학기본역량진단제도는 대학 입장에서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와 같았다.2018년 시작돼 교육부가 3년 주기로 시행한 이 제도는 318개 대학 중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을 가려내고 기준에 미달한 대학은 일반재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근거로 활용됐다.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이 전국 일반대학 48곳, 전문대학 99곳 등 147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현재 방식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일반대학의 83.7%, 전문대학의 79.8%가 '아니오'라고 답하기도 했다.개편안대로 되면 대학들의 평가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에 따라 '경영위기대학'으로 진단받거나, 대교협·전문대교협의 기관평가인증에 따라 인증 유예, 인증 정지, 불인증 등을 받은 '미인증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일반 재정을 지원할 예정이다.사학진흥재단의 평가는 대학들이 매년 작성하는 예·결산 자료를 기초로 한다.대교협, 전문대교협의 평가 역시 기존에 대학들이 받아왔던 것으로, 주기는 교육부 진단보다 더 긴 5년이다.26년 묵은 대학설립 4대 요건도 전면 개편된다.온라인 수업 확대 추세에 맞춰 교육부는 교사(건물)·교지(토지) 요건은 완화하기로 했다.다양한 강좌 개설, 현장 전문인력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대학의 겸임·초빙교원 활용 비율 상한을 전문대학원 수준인 ⅓로 확대한다.수익용기본재산은 당초 취지를 살려 학교법인이 실질적으로 대학에 투자하는지 여부만 살펴보기로 했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계획'도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마련할 방침이다.대학이 좀 더 유연하게 자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2024학년도부터는 교원확보율 요건을 완전히 폐지해 총 입학정원 범위 내에서는 완전히 자율적으로 정원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현재는 대학이 총입학 정원 범위 내에서 학과를 신설·통합·폐지하거나 학과 간 정원을 단순 조정하려는 경우에도 대학 전체 교원확보율을 전년도 이상 유지해야 한다.총입학 정원을 순증할 경우에는 그동안 '4대 요건'을 100% 충족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첨단기술 분야에 한해 교원확보율 기준만 충족해도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특히 지방대학에서는 결손 인원, 편입학 여석(餘席)을 활용해 분야와 관계없이 새로운 학과를 신설해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대학원에 박사과정을 신설하려는 경우 교원의 연구실적을 요구했으나 앞으로는 관련 기준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교육부는 이번 개편을 시작으로 지자체에 고등교육 예산을 일부 넘기는 규제 개선안을 조만간 발표하는 등 대학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아울러 교육부 외부에서 규제 개혁을 건의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만들고 고등교육법 내용 중 헌법상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과 충돌하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 연구에도 착수했다.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방안을) 대학 규제 개혁의 신호탄으로 이해해달라"라며 "대학 규제 개선과 관련한 건의도 앞으로 더욱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