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진정한 성탄절의 의미는, 섬김을 가르친 예수의 모습을 보면서 낮은 곳에 임해 서로 섬기며 예수님이 하신 사역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가는 데 의미가 있다.”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에 있는 구어교회(이민영 목사)는 교회 담을 넘어 이웃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누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작은 시골교회다.   35년전 개척교회로 시작한 구어교회는 이 지역의 유일한 교회로 이민영 목사(55)는 2대 목회자로 복무 중이다.   낮은 자를 위해 낮은 곳에 임한 예수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점진적이지만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구어교회 이민영 목사를 성탄절을 앞둔 지난 20일 만났다.   이 교회에 부임한 지 3년째인 이 목사는 마침 농활을 하고 돌아온 뒤라 땀을 훔치고 있었다. 주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먼저 마을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교회여서 이 목사도 작은 힘이지만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었다.   화가이기도 한 이 목사는 겨우 4명의 성도를 가진 작고 낮은 시골교회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회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되새기고 있었다.    지역민에 잔잔하게 스며들며 조금씩 성장하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는 그에게서 변질돼가는 성탄 문화를 되돌아보고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예전부터 구어리에는 교회가 하나뿐이었다. 기독교 대한성결교회 구어교회는 시골교회의 전형적 외관을 지녔다. 교회 안 강대상에는 소박한 성탄절 장식이 한적한 시골교회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교회 안 구석구석에는 이 목사가 미술 사역도 하고 있는 흔적으로 작품과 다양한 화구들도 보였다.   이 목사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졸업후, 일러스트레이터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 날, 귀가하던 길에 덤프트럭이 덮치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 절대절명의 순간, 짧고 절박한 절규에 가까운 기도를 하게 되었고 기도 이후 기적적으로 다친 곳 하나 없이 목숨을 건졌다. 그 죽음의 위기를 넘긴 끝에 다시 신앙을 회복했고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러니 그의 목회자 입문 계기도 아주 극적인 셈이었다.   전국 여러 교회에 목회자로 활동하다가 잠시 사역을 내려놓고 2007년~2008년경 전업작가로 전향하기 위해 다시 그림에 전념한 시기도 있었지만 장로교에서 성결교회로 교단을 옮겨 다시 목회자의 길로 복귀한다. 2018년 안수를 받고 경주 구어교회로 오게 됐다.   목회 활동이 문화 사역을 통해 이뤄지므로 그런 갈등의 시간과 과정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두 가지 사역을 동시에 하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들이 너무나 행복하고 특별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구어교회 성도는 원래 두 명이었다고 한다. 이 목사가 이 교회에 부임하면서 미술 활동과 영화 상영 등 문화 사역을 진행했고 영화를 보기 위해 참여한 마을 할머니 두 명이 성도가 됐다. 그들과 친구 내외 등 6명이었다가 지금은 할머니 두 분이 돌아가시고 4명의 성도가 남았다.   경주에서는 처음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이 목사는 “경주는 독특하다. 특히 이곳 외동읍은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그 변화의 폭이 큰 도시고 농경사회와 경제, 유‧불교 문화, 무속문화 등이 얽혀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런 다양한 문화를 지역민들의 문화로 이해했고 우선 교회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 시급했다. 시골 사람들과의 정겨운 관계 형성이 목회의 중점 사항이었다”   그는 농촌교회의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것에 대해, “쉽진 않지만 시골교회에도 예수님의 복음이 들어와야 하고 또 그 복음을 전하기 위한 사명이 있는 목회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성도가 적어도 교회는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여기서 도전 의욕이 샘솟았다. 새로운 활력이 솟아났고 제가 펼치고자 하는 문화 사역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는 교회에서 영화 상영, 미술 사역을 시도했고 인근 입실읍내 아파트 단지에 15명이 모인 미술 모임에는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선교가 목적이 아닌 교회 문화 사역을 위한 봉사였다. 그것 역시 지역 교회의 역할이기도 했다.   이 목사는 “말구유에 나신 성육신의 예수님은 낮은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이기도 하지만 더 낮은 사역인 구원 사역이자 사역의 절정인 십자가를 지는 사역으로 섬김의 모든 모습을 보이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대 진정한 성탄절의 의미는 섬김을 가르친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낮은 곳에 임하며 많은 이들과 친구를 맺는 것뿐만이 아니라 서로 섬기며 예수님이 하신 사역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가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목사의 사역의 의미는 분명하다. 그는 ‘누구에게든지 친구로 다가설 수 있고 그들의 삶에 친구로서 다가가고 손을 내미는 사역이 이곳 구어교회에서의 사역의 초점’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일단 교회 문턱을 낮추고 교회를 찾는 모든 사람에게 친구로 맞이하고 동행해주는 목회 철학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화가로서 미술사역과 병행하면서 목회자로 나아가는 것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펼친 사역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문화 사역의 한 일환인 미술사역을 보다 지평을 넓혀서 펼치고 싶다”고 했다.   화가로서 작업하고 목회를 겸하는 사역을 꿈꾸었다가 이제는 능숙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두 가지 목회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목사는 다양한 활동을 자제한다. 정적이고 깊이 있는 작업을 하는 미술 사역과 목회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미술 사역을 하면서 하나님의 형상이 담긴 존재인 인간의 아름다움 현상 너머에 있는 근원을 찾고자 노력한다. 미술은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관조하게 하며 나아가 영적 진실을 보게 한다. 그래서 미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내면에 잃어버린 신의 형상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이 목사의 사역들에는 부인인 박주미 씨의 역할도 크다. 심부름꾼이자 교회의 어머니 역할을 도맡아 함께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목사는 열악한 상황 속, 목회자로서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제가 해야 할 당연한 사명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휴머니즘이다. 거창한 인간애라기보다는 마을 사람들, 미술 회원들과 오랫동안 교제하고 진정한 친구로서 그들과 함께 공감의 시대를 살아가고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문화적으로 소통하고 내면을 나누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은 시골 교회지만 성탄절을 앞둔 구어교회는 25일 11시 예배를 드리고 동네 미술 동아리 회원 10여 명과 성탄절 예배를 함께 하면서 작은 선물과 소박한 식사 준비를 한다.   이 목사는 2년 전, 태풍 ‘마이삭’으로 교회 컨테이너가 넘어지고 기물이 파손되는 등 어려움이 컸을 때 인근 식당 대표 등 마을사람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무너진 담도 같이 제거해주고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와준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성도는 아니지만 이 목사에게는 그런 주민들이 정겹고 따뜻하기만 하다.   요한복음 13장 34절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이 목사가 좋아하는 복음이다.   이민영 목사는 ‘서로 섬기고 서로 희생하고 서로 양보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늘 유념하면서 목회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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