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이상문 기자] 싱가포르에서 캄퐁글램 지역은 매우 이색적인 공간으로 존재한다. 한때 말레이 이슬람 최고 지도자가 통치했던 가장 오래된 도심이며 1822년 말레이 민족과 아랍 민족, 즉 무슬림들의 거주지로 지정되면서 중동 문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으로 정착됐다. 지금은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매우 현대적인 감성을 곁들인 장소로 거듭나 싱가포르의 중요한 관광 거점으로 떠올랐다. 관광객들은 도심 속에 매우 개성적이며 도드라지게 존재하는 이곳에 충분한 매력을 느낀다.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말레이 민족의 집단 거주지와 성지순례를 떠나기 전 이곳의 성원인 술탄 모스크를 방문하는 무슬림들의 숙소가 도시재생의 절차를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캄퐁글램에는 ‘부소라 스트리트’, ‘바그다드 스트리트’, ‘아랍 스트리트’ 등 이슬람의 향기가 풍기는 거리가 바둑판처럼 뻗어 나간다. 골목마다 펼쳐진 이슬람 문화는 관광객들에게 생경한 경험을 주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기가 넘치게 한다. 사람들은 이 지역을 통틀어 ‘아랍 스트리트’라고 편하게 부른다.
19세기 캄퐁글램은 무역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 번성했다. 그리고 이 지역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의 커뮤니티가 굳건하게 자리잡으면서 이슬람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무슬림들이 이슬람 전통 식품과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가 됐다. 하지만 좁은 골목에 빼곡하고 우중충하게 늘어선 상점과 숙소들이 싱가포르 도심의 미관을 해친다고 판단해 도시재생의 묘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캄퐁글램은 싱가포르라는 조그마한 도시국가 안에서 활기차고 세련된 문화, 장엄한 건물, 시선을 사로잡는 거리 예술, 수많은 레스토랑과 바, 트렌디한 상점이 어우러진 용광로라고 평가받게 됐다.
캄퐁글램의 심장부에 있는 부소라 스트리트에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성원인 술탄 모스크가 있다. 싱가포르의 초대 이슬람 지도자였던 술탄 후세인은 1824년 그의 궁전인 이스타나 캄퐁 글람 옆에 이 모스크를 세웠다. 무어인의 영향을 받아 지은 이 우아한 성원에 이르는 보행자 거리는 야자수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중동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어수선하던 거리는 중동 국가의 토속음식을 요리해 내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들이 들어섰고 순례자의 숙소였던 곳은 여행자들이 싼값에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꾸며졌다.
또 페르시아와 터키에서나 볼 수 있는 양탄자와 카펫, 수공예품과 무슬림의 가정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세련되게 꾸며져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끈다. 마치 중동의 노천시장에서나 볼 풍경이 싱가포르 도심에 펼쳐진다는 사실에 놀란다.
캄퐁글램이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부터다. 싱가포르 정부는 16ha에 이르는 캄퐁글램 보존지역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이 계획을 알린 후 스스로 주거지역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 그 후 우중충하던 골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기존의 문화와 역사를 그대로 보존한 채 싱가포르에서 가장 개성 있는 거리로 꾸민 것이다.
술탄 모스크가 있는 거리를 살짝 벗어나면 하지레인이라는 좁은 골목이 나온다. 이 거리는 불과 3m~4m 정도의 좁은 길이어서 자동차의 통행은 불가능하고 물건을 실은 수레도 교행하기에 버거운 곳이다. 그러나 300m도 되지 않는 짧은 골목인 하지레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골목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인스타그램에 소개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거리가 된 것이다.
 
이곳 역시 가난한 순례자들의 숙소로 활용되거나 말레이 민족의 집단 거주지역으로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가난한 순례자들에게 지붕을 빌려주던 숙소를 새롭게 단장하고 밋밋한 벽에 그래피티 작업을 하면서 싱가포르에서 가장 멋진 거리이자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최고의 개성 넘치는 거리로 만들었다.
하지레인의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자유분방하고 창조적인 벽화들로 가득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단순한 벽 그림의 수준을 뛰어넘어 대담하고 아름다우면서 예술적인 감각의 그래피티가 한 공간을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게다가 이 거리에 들어선 카페나 기념품점, 식당들은 디자인과 상품 선택에 있어서 매우 감각적이라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더러는 수십년 전 싱가포르의 빈티지한 멋을 그대로 살린 곳도 있고 입구부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꾸민 곳도 있다. 관광객들은 하지레인의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하기에 바쁘다. 어느 곳에서 찍더라도 한 장의 인생샷이 얻기에 모자람이 없다.
캄퐁글램 지역이 도시재생으로 확실한 변모를 이뤘지만 그것이 성공한 데에는 바로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다는 데 비결이 있다. 말레이 민족의 싱가포르 정착과 그들이 고유의 문화와 종교를 지키며 살아가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된 캄퐁글램은 싱가포르 현대사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 콘텐츠는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