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시작하고 나서의 내 삶이 너무 감사해요. 기타가 준 삶을 절대 배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클래식 기타 연주자로서 늘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기타리스트 곽진규(36) 씨.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사 과정을 졸업하고 국제학생 콩쿨과 해외파견 콩쿨 그리고 한국기타협회 및 서울필하모니아 콩쿨 등에서 입상했다. 졸업 후 도불해 파리시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 등을 졸업했다. 귀국 후 해마다 색다른 주제와 프로그램으로 독주 혹은 협연 콘서트를 이어오고 있으며, 기타그룹 ‘피에스타’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다양한 앙상블 무대 또한 이어가고 있는 그가 6년 전 경주에 둥지를 틀어 살고 있다.
경주시 봉황로에 있는 그의 소박한 연습실을 찾아 기타를 연주하는 전문가로 활동하게 된 배경과 경주에 이주해 연주자로 사는 이야기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무대에서의 다소 정적이고 단아하나 열정적인 그에게선, 아직도 소년미 가득한 ‘우아한 활력’이 느껴졌다.그는 프랑스 유학 후 귀국해서 찾은 경주에서 지금의 사랑스런 아내를 만났고 2018년부터 경주에 살면서 전국구 명성을 얻으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달 경주예술의전당 앙리 마티스 전시에서의 개막 공연을 필두로, KBS 라디오 출연과 연이어 ‘열린음악회’ 출연 등이 예정돼있어 올 한해도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곽 씨는 지난해 신라문화제에서의 독주 등 경주에서뿐만 아니라 지난해만 8개 지역에서 연주를 했으며 협연도 수차례 가질 정도로 맹활약중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보다는 경주의 환경에서 더 편안함을 얻는 것 같아요. 고분군이나 계림, 첨성대, 대릉원, 황성공원, 무열왕릉, 풍력 발전소, 감포 바다..., 너무 좋아요”그는 “귀국 후 ‘구체적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불안하고 힘들던 시기에 경주에서 안정되고 행복한 감정들을 느꼈던 것 같아요. 또 경주에 여행 온 사람들의 행복해하는 모습들에 덩달아 그 행복감을 전이 받는 것 같습니다”며 경주 정착의 배경을 들려주었다. 또 “경주서 6년째 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에서 공연 관람한 것보다 오히려 경주 와서 더 자주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 같아요”라며 경주에서의 만족스런 생활을 전했다. 기타를 연주하는 전문가로서의 입문에 대해선 “사실 기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거는 비교적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굉장히 늦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본격적으로 기타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때였고 엔터테이너가 되기 위해 어릴 때 바이올린과 피아노, 성악, 아역배우로 드라마 촬영, 육상부 운동 등을 접하다가 기타 학원에서 처음 클래식 기타를 접했다는 것이다. “음악 그 자체를 좋아하는 제게 기타는 설득력 있는 장르였습니다. 늦은 편이긴 했지만, 몇 가지 특별한 일들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었죠”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 후 훌륭한 대학의 음악적 환경에서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몰입하게 되고 열심히 했으나, 어릴 때부터 기타에만 전념해 온 다른 학생들과 비교되는 상황에도 놓이고 콩쿠르에서도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얻으면서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친구가 해준 위로의 말 한마디가 기타리스트로 정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네가 기타를 제일 잘 쳐. 연주자로 살 수 있는 친구는 너밖에 없어. 그래서 네가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학교를 그만두고 음악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기에 큰 위로가 됐던 것이다.
용기를 얻은 그는 클래식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파리 음악원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제라드 아비똥’ 등을 사사하며 훌륭한 연주자들과 지속적으로 음악적인 영감을 주고받고 연주의 폭을 확장시키며 성장한다.
  그 유학시절, ‘기타 연주자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됐을까’에 대한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더욱 기타를 심층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유학을 하면서 서른을 넘겼고 기타를 시작한 삶에 진정으로 감사하게 됐다. “큰 행운이었죠. 너무 감사해서 기타가 준 삶에 대해 절대 배반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클래식 기타 연주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프랑스 클래식 기타 중 명기인 도미니크 필드라는 악기를 5년째 쓰고 있는 그는 합주보다는 독주를 더 선호한다. 합주할 때 개인적 실수를 타 연주자들에게 전가하는 부담이 훨씬 힘들다는 것이다. 그의 기타 선율을 듣노라면, 절제된 여백의 미가 고요한 내면 속으로 침잠하는가 하면, 경쾌하며 소울풀한 연주가 인상적이다. 그래서 그의 연주에서는 따스한 다독거림과 신선한 생명력이 동시에 전해진다.
한편, 정석적 연주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편곡이나 변화하는 다양한 연주기법에 대해선 “전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다양한 시도가 있는 곡들도 너무 좋아한다”면서 “관객들에 보여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의 환호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은 연주가 나온다. 그 기쁨으로 무대를 즐기게 되고 무대에 서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또 연주자들이 무대에 자주 오를수록 청중에 대한 마음과 음악에 대한 애정이 커진다면서 음악 자체에 대한 애정과 청중에 대한 애정의 밸런스가 적절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작은 무대에도 진정성 있게 준비하고 오른다. 그만큼 각 무대마다 관객들이 그를 기다리는 한, 모두 소중한 무대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처럼만 계속 살 수 있으면 너무 좋겠습니다. 어떤 무대든, 관객이 즐거워할 수 있는 무대에도 오르고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도 있고, 앙상블을 통해 추억을 쌓으면서 활동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까요”라고 했다. “주 활동 무대인 서울과 경주를 오가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경주에서 누리고 얻는 게 더 많아서 만족해요. 모든 무대가 다 감사하고 이런 삶이 꿈만 같아요. 그래서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