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 국립공원인 설악산에 두 번째 케이블카가 설치될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강원 양양군의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강원 지역의 '40년 숙원'이라는 설악산 신규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사실상 행정 절차상 관문들을 모두 통과했다. 육상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것은 1989년 덕유산 곤돌라 이후 처음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초 착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색 케이블카 설치 예정 지역은 남설악 오색지구에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 옆 끝청까지 약 3.5㎞ 구간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수십 년간 추진했는데도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그만큼 첨예하다는 방증이다. 찬성 측은 케이블카 설치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걸어 오르는 등산객의 수를 줄여 오히려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반대 측은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줘야 할 천혜의 자원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모두 나름대로 일리 있는 주장이라 선뜻 한쪽 손을 들기는 어렵다. 다만 정책 결정 과정이 적절했고 타당했는지는 의문이다. 조건부 동의란 일정 조건을 충족한다는 전제하에 사업 추진에 동의하는 것이지만, 관계자들은 사실상의 허가로 간주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향후에 미칠 영향도 걱정이다. 설악산은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으로 겹겹이 지정됐을 만큼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더구나 국책 연구기관이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환경 주무 부처가 이런 판단을 내렸으니 전국에서 유사한 계획이나 주장,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공산이 크다.
해외 사례로 볼 때 케이블카 설치를 무조건 백안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적 케이블카를 설치·운영하고 이를 통해 낙후한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제 논리에 매몰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사실상 확정이라고 하나 아직은 시간과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