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고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이후로는 약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개정안에 대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할 경우 개정안이 법률로 최종 확정되지만, 의석 분포상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거부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은 여야 협치나 국회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하면 정부가 남는 쌀을 전량 매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도 정부가 상황에 따라 재량으로 쌀을 매입할 수 있는 임의 조항이 있으나 개정안은 이를 의무 조항으로 바꿨다. 매입 규모는 초과 생산량 전체로, 가격은 최저가가 아닌 시장가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개정안이 결국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대체 작물 재배에 대한 유인이 감소해 식량 안보까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쌀은 초과 생산이 걱정이지만 국내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으로 45.8%, 곡물자급률은 20.2%에 머물고 있다.
민주당은 재의결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입법을 통해 양곡법 취지를 관철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공산이 있다.
이런 소모적 과정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의 본령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논의의 중심에 과연 농민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목표는 같다면서 합리적 해법을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정부와 국민의힘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농촌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할 대안은 무엇인지, 현실로 다가오는 식량 무기화에 대처할 복안은 있는지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길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