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실시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과거 통합진보당에 뿌리를 둔 진보당은 다시 국회로 진입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진보 계열 정당의 의석수는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을 포함해 8석으로 늘었다.
전국 9곳에서 치러진 이번 4·5 재보궐 선거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향배를 가늠할 좋은 기회였으나 여론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거대 양당이 치열하게 맞붙은 선거구가 없었고, 눈에 띄는 이슈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남 창녕군수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국민의힘 출신 성낙인 후보가, 울산 교육감 보궐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천창수 후보가 당선됐다.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열리게 된 전주을 재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 민주당 소속이었던 두 후보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까지 입고 선거 운동을 벌였다.
그런데도 이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나 국민의힘 후보가 5위로 낙선한 것은 갈수록 부정적 측면이 도드라지는 양당 정치의 폐해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제1당은 무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마다 약속했던 협치는 온데간데없고 극단적인 혐오와 비난만 난무하는 상황이니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이례적으로 낮은 투표율이다. 전주을 재선거 투표율 26.8%는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가운데 세 번째로 저조한 것이다. 강 당선인이 득표한 1만7천382표는 전체 유권자의 10.4%에 해당한다. 투표율이 낮다고 결과의 정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될 만한 수준이다.
어쩌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투표 포기를 통해 기득권 양당의 행태에 항의한 것일 수도 있다. 마음이 떠난 유권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이다.국민이 외면하면 정치는 더 나쁜 길로 향하기 마련이다. 현재 진행되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번에도 무위로 돌아갈 경우 내년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이 나서 정치권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