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이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논의를 비롯해 동맹국 정부를 도청해 온 의혹이 제기됐다.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에 담긴 이런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과 동맹국 간 신뢰 관계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유출된 문건에는 한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의 대화 내용까지 소상히 담긴 것으로 나타나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목전에 둔 우리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논란은 알려진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가 민간인 사찰 프로그램 '프리즘'을 통해 우방국 정상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전 세계적인 파장이 일었다. 당시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까지 도청한 사실이 밝혀졌고, 그 사건 이후 미국은 동맹국 정상에 대한 감청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의혹과 관련된 외신 보도가 나온 9일 브리핑에서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2013년 스노든의 폭로 당시 NSA의 주미 한국대사관 도청 의혹이 불거졌을 때 외교채널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미국은 시차를 두고 정보활동에 대한 기본 입장 등을 우리 측에 설명했다고 한다. 당시 도청 의혹 자체에 대한 설명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에 미국이 얼마나 성의 있는 설명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달 26일 미국 방문을 시작한다. 이번 도청 의혹의 파장이 한미 정상회담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진상 파악이 급선무다.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신속하고 정확한 설명을 강력히 요구해야 함은 물론 우리 측 관계자들을 통한 자체 사실확인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사실관계가 분명히 확인돼야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다. 유출된 문건의 일부는 내용이 임의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가 문건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사실확인 과정 없이 섣부른 예단으로 이번 의혹이 정쟁의 소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상대방이 있는 외교적 문제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주권국으로서 단호한 대응 또한 있어야 한다. 미국도 동맹국으로서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