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 나온 것이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한 것은 최근의 물가 상황과 경기 동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4.8%)에 비해 0.6% 포인트 떨어졌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경기 부진 양상도 기준금리 동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반등 여부도 불투명하다.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적자의 수렁에 빠져 있다. 역성장 우려 속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무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물가와 성장 문제에 더해 금융위기 가능성도 이번 금리 동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연속 동결 조치로 당분간 현 기준금리가 최종금리로 굳어질지 주목된다. 1년 반가량 지속된 이런 기준금리 인상 기류가 이날 동결 조치로 정점에 이르렀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 다만 대내외적인 변수를 감안하면 지금으로선 이를 장담하긴 일러 보인다.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 남아 있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주된 변수 중 하나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를 들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정책금리를 0.25%포인트(4.50~4.75% → 4.75~5.00%) 올리면서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1.50%포인트 낮은 상태다. 1.50%포인트 격차도 이미 2000년 10월(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인데, 내달 미 연준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만 단행한다 해도 한미 간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물가 동향도 주시해야 한다.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에 따른 국제 유가의 동향, 국내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 여부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봐야 한다. 물가와 경기 지표,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 가능성을 항시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