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13일 끝났다. 나흘간 진행된 토론에는 모두 100명의 여야 의원이 발언에 나서 정치 개혁을 위한 개편의 방향과 내용에 관해 각자의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여야는 정개특위 안과 의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단일 개편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그런데 전원위 진행 과정을 보면 이번에 과연 의미 있는 개혁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국회 전체 의석의 3분의 1이 넘는 의원이 발언대에 섰으나 내용은 말 그대로 백인백색이었다. 전원위라는 말이 무색하게 찬반 토론이나 질의응답은 없었고, 일방적이고 산발적인 주장만 끊임없이 이어졌다. 비례대표 수 조정에 대해서는 여야 간 입장차가 드러났고, 중대 선거구 도입에 대해서는 같은 당내에서도 지역구에 따라 견해가 갈렸다. 정개특위 안을 쪼개 만든 수십 가지 조합이 난무한 가운데 그 간극이 너무 크고,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합의 시도가 가능할지조차 의문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또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유일하게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부분은 이미 여러 부작용이 확인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지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를 한데 모아 '장기 과제'로 넘길 경우 내년 총선 이후의 상황 역시 더 볼 것도 없다.
사표가 50%에 육박하는 현 선거제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 기득권 양대 정당의 적대적 공생은 불 보듯 뻔하고, 국익과 민생은 정쟁의 소모품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 자신을 대변할 의원이 없다는 것은 정치를 넘어 국가적 불안 요인이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여야가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결과물은 만들지 못한다면 국민들 볼 낯이 없을 것이다. 여야가 의지만 있다면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반영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민심을 두려워하는 자세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의를 꼭 이뤄주길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