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 도·감청 의혹을 낳은 미 국방부 기밀문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사실이 조금씩 더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 법무부는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를 지난 13일(현지시간) 체포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유출된 기밀문건에 한국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기밀문건 파문이 허무맹랑한 문건 위조나 조작으로 발생한 소동은 아님이 드러났다.
기밀문건이 유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건에 담긴 내용이 모두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직 아니다. 그렇지만 논란을 일으킨 내용 대부분이 미국 기밀문건에 담겨있었던 점은 사실로 보인다. 이는 우리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까지 촉발시킨 한국 관련 내용과 관련,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했던 우리 정부의 초기 설명과는 사뭇 다르다.
외교와 정보·안보 영역이 뒤섞인 민감성을 감안해 보면, 이런 사안일수록 일단 정확한 사실 확인이 순서이긴 하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은 되돌아볼 지점이 적지 않다. '상황 파악 뒤 필요한 조치를 요청'하겠다는 정부의 초기 스탠스는 갑자기 '상당수 문건 조작·위조'라는 평가로 바뀌었다가 이후 미국 기밀문건 유출이 점점 사실로 확인되자 다시 '(미국의) 악의적인 행동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에게 도·감청을 했다고 확정할만한 단서는 없다'는 식으로 뉘앙스가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앞둔 시점에 불거진 이번 논란이 한미 외교파문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할 외교당국의 고심은 이해한다지만, 지나친 저자세 외교 아니냐는 논란을 촉발시킨 요인은 정부가 제공한 측면이 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우리를 도·감청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더는 반복되도록 용납할 순 없는 일이다. 의이번 사안을 놓고 정치공세에 주력하는 야당의 태도도 유감이다. 확인된 내용 없이 대통령실 이전 탓에 도·감청됐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무책임한 주장일뿐이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건해지도록 한미 양국이 만들어가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