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간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지원책은 연 1~2%의 저금리 대출 또는 임시 긴급 거주지 제공 등이 골자다. 그러나 대출 요건이나 생활 여건 등을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전세사기 피해자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시행중인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이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심도 있게 살펴야 할 때다.
전세사기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은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최우선 변제금을 보장받지만, 이들은 전세금 '증액' 탓에 이같은 지원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천200만원을 주고 전세 계약을 맺은 뒤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재계약 하면서 보증금을 9천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A씨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지난해 6월 60세대 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이 아파트는 2017년 준공돼 전세보증금이 8천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었는데, A씨는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숨진 20대 피해자 역시 2021년 8월 재계약을 하면서 6천800만원이던 전세금을 9천만원으로 올려준 상태였고, 이에 따라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없었다. 피해자들에게 실효성을 갖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는 대목이다.
전세사기 피해 실태와 현황을 우선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피해자들을 신속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오는 18일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촉구하기 위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그간의 정부 대책이 당면한 문제를 유예하는 방안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에는 전세사기 주택 경매를 일시 정지하거나 선지원 후 전세 사기범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방안이 망라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세사기 범죄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피해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