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간호협회는 2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구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통과시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저지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보건연대 측은 간호협회에 정부·여당이 마련한 중재안 수용을 촉구했으나, 간호협회 측은 간호법 원안 사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인데,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한다. 이 와중에 여야는 26일 낮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간호법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평행선을 달렸다.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인'으로 규정된 의사, 한의사, 간호사 중에서 간호사라는 직역을 떼어내 만든 법안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간호·돌봄 서비스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간호사의 업무 공간을 학교와 복지시설, 요양원 등 '지역사회'로 넓히고 열악한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의사협회는 이 법이 생기면 간호사들이 병원을 열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나, '의사의 진료 보조'라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이런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결국 좋은 근무 환경에서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겠다는 간호사들의 지위 및 처우 개선 요구와, 지금처럼 의사를 정점으로 한 병원 시스템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들의 요구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간호법이 거대 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되고 의사들의 총파업이 현실이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삼는 의료인들의 집단행동은 어떠한 명분과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간호사와 의사협회 측은 냉정을 되찾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고, 양보할 건 양보하는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정치권도 본분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법 제정의 열쇠를 쥔 민주당은 의료 대란으로 이어질 간호법 처리를 일단 유보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여당은 야당은 물론 의료계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등 더욱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