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위험 신호와 경보에도 일선 현장에서의 안일한 대처와 늑장 대응이 이번 폭우 피해를 키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전문지식 부족과 상황 오판, 무사안일만을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의 방재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13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인근 미호천교 공사 현장의 제방 유실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지역 주민들은 임시로 만든 제방이 부실해 무너졌다고 증언했다. 미호천교 공사를 주관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임시제방 설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진상 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사고 2시간여 전에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교통통제'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고서도 관할구청, 시청, 경찰 등이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고 하니 분통이 터질 뿐이다.   폭우로 지하차도 등 지하공간이 침수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는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3년 전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닮은 꼴이다. 2020년 7월 23일 부산 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81.6㎜의 폭우가 쏟아졌고 지하차도에도 갑자기 빗물이 밀려들어 차량 6대가 잠겼고 3명이 숨졌다. 이번에 산사태가 집중돼 사망자 19명이 발생한 경북 북부지역에서도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명피해가 난 곳 가운데 평소 산사태 위험이 있어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된 곳은 한 곳뿐이라고 한다. 게다가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평소 비가 많이 오지 않은 곳도 있다 보니 사전에 충분한 점검과 대피 안내가 이뤄질 수 없었다. 방재 대책 보강과 재난 경보 체계 점검이 신속히 있어야 할 대목이다.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 극단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 호우'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한 개발이 지속되면 평균 하루 강수량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전북 군산에는 372.8㎜의 비가 쏟아졌는데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68년 이후 최대 하루 강수량 기록이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새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피해 복구와 실종자 수색이 시급하지만 동시에 시대 변화에 맞게 재난 대응 시스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연합뉴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