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행사는 이를 확인한 계기가 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등을 내세운 북한의 열병식에 중국·러시아 대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좌우에 나란히 자리 잡고 거수경례를 하거나 박수를 치며 지켜봤다. 유엔 결의를 어기며 도발 행위를 이어가는 북한을 중국·러시아가 뒷배가 돼 사실상 엄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북한은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평양에서 가진 교류를 통해 현재의 국제정세에 중러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중국 대표단을 만난 소식을 전하면서 '긴밀한 전략전술적 협동을 통해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입장이 재확인됐다고 했다. 러시아와는 한발 더 나아가 '견해 일치'를 이뤘다는 표현을 썼다. 특히 중국보다도 러시아와 한 몸처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을 지속하는 가운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북한에 대표단장으로 보낸 것이나, 김정은과 쇼이구의 무기전시회 참관 등 북한의 시종일관한 러시아 밀착행보 모두 심상치 않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3국 정상이 내달 18일 미국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미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회담을 공식 발표하면서 북한 위협 대응 등을 의제로 제시했다. 북중러 밀착 행보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한미일 3국 정상이 대좌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가 크다. 한미일 정상이 3국 간 정상회의만을 위해 별도로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중러 밀착에 3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부터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북한이 핵위협을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안보의 축을 다지는 일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내달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는 중국, 러시아를 향해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외교 공간을 넓힐 방안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한미일 공조 강화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소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우리 나름의 외교적 지렛대를 찾고 중러와의 외교를 이어가야 한다. 한국 나름의 외교공간 확장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묘안과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