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치러진 제16대 대만 총통선거(대선)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친미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득표율 40.05%로 승리했다. 제1야당인 친중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33.49%)와 제2야당인 중도 민중당 커원저 후보(26.46%)를 제쳤다.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국제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번 선거에서 대만의 민심은 중국이 아닌 미국을 선택한 셈이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도 더 강경한 친미·독립주의자로 알려져 중국이 노골적으로 '당선 방해 작전'을 벌여왔던 인물이다. 따라서 향후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파고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리 정부도 이번 선거 결과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정세와 국내 안보·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다각적이고 유연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당장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이지만, 전문가들은 5월 20일로 예정된 총통 취임식까지 대만을 상대로 한 중국의 경제·외교·군사적 압박 강도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본다. 대만해협을 오가는 상선을 방해하는 군사훈련을 하거나 관세 감면 중단 등의 경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은 특히 반도체 핵심 공급 국가로, 부분적 해상 봉쇄만으로도 글로벌 반도체 가격과 공급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양안 간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아 전방위적 제재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중 관계도 무역 전쟁이 한층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과 양국의 현안을 고려할 때 '현상 유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린다.
대만과 중국, 미국을 둘러싼 여러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외교 역량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 정부는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특정 후보를 거명하진 않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한중 관계를 적절하게 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한미 간 확고한 연대를 바탕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해 국익 최우선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유연하고 다각적인 실용 외교를 펼치길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