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또다시 충격적인 '간병살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7일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와 돌보던 50대 아들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오랜 기간 부친을 간병해 오던 아들이 더는 돌보는 것이 힘들어 아버지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병 등을 앓고 있는 가족을 보호자가 오랜 기간 돌보다 지쳐 결국 살해하는 간병살인 비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조차 극단적 선택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절망적 현실도 직시해봐야 한다. 잇단 안타까운 소식은 간병이 주는 육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의 무게가 한 개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간병 비극은 더 이상 개인적 차원에 맡길 게 아니라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국가적 어젠다가 됐다. 중병으로 인해 스스로 돌보는 것이 불가능한 환자와 그 간병을 책임져야 하는 보호자가 최소한의 인간적 삶과 기본권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정밀하게 설계돼있는지 돌아볼 때다. 이번 사건은 국가의 복지 공백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아들 B씨는 부친 A씨에 대한 국가의 별다른 지원 없이 간병 기간을 감내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간호인력이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7월부터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하면 사적 간병비가 없어져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자격요건이 까다롭지만 요양병원 간병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병원을 통한 지원 못지않게 지역사회의 돌봄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간병살인의 상당수가 재택 간병 과정에서 일어난다.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들을 적극 발굴하고 행정당국이 선제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돌봄 지원체계도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간병의 형태를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지원방식을 다양화하는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 선진국처럼 가족 간병에 지친 가족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간병과 일상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도 고안해봐야 한다. 이런 대책에는 건강보험재정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재원 확보와 함께 건보재정 악화를 예방할 대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