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고3 학생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대학 무전공 입학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일단 유보했다. 내년 이후 추진방침은 올해 하반기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달 초 공개한 시안에서 수도권 사립대는 정원의 20%, 주요 국립대는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는 경우에 수천억 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으나 기초학문 고사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교육부는 24일 발표한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서 "올해는 대학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준비도와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무전공 선발은 전공 구분 없이 대학에 들어간 뒤 2학년 올라갈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학생 입장에서는 전공 선택권을 보장받는 효과가 있고, 대학은 시대나 기술 변화에 맞게 새로운 전공을 도입하거나 융합 학문 전공을 개설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첨단 분야에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한데 지금 대학의 경직된 학사 구조로는 그런 인재 양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대다수 학생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충분한 탐색 기회나 시간도 없이 고교 내신등급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무전공 입학의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이 적잖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좁은 취업문을 상대적으로 뚫기 용이한 전공에 학생들이 과도하게 쏠리면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위기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무전공 선발은 2009학년도 대입에서 '자유전공학부'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가 사실상 실패한 적이 있다. 막상 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컴퓨터공학과나 경영학과 같이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쏠리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점차 모집이 중단됐다.
이번 무전공 입학 확대도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대책 없이 추진했다가는 이전의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 교육부가 시행을 일단 유보하고 충분한 준비시간을 갖겠다고 한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본다. 더욱이 2025학년도 수시모집이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체계적인 준비 없이 도입했다간 대학 선택을 고민하는 입시생들에게 또다른 혼란을 줄 수 있다. 교육 당국이 대학과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숙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