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마현 당국이 현립공원인 '군마의 숲'에 위치한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에 대한 철거 작업을 강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시민단체와 언론 등에 따르면 군마현은 29일 추도비 철거 작업을 개시해 내달 11일까지 철거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다카사키시 현립공원에 설치했다.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일본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으며 철거를 요구했고, 군마현 당국은 이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이에 일본 시민단체는 군마현 당국의 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2년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군마현은 조선인 추도비를 지난달까지 철거해 달라고 시민단체에 요구했으나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시민단체를 대신해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일제 강점기 참담한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설치 20년 만에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
 
이 추도비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혀 있다.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식민 지배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후대에 알리고 반성과 사죄라는 의미를 담으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인 추도비는 설치 당시 군마현 의회도 만장일치로 찬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도제 참가자의 '강제연행' 언급이 빌미가 되고 결국 철거 작업이 강행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이번과 같은 사안이 일개 지자체의 일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본 내 극우 단체들의 그간 행태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8일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한 헌화 행사가 열렸는데 현장 주변에서 극우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10여명이 철거를 요구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군마현에선 조선인 6천여명이 동원돼 노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본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우리 외교부는 "이번 사안이 양국 간 우호 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측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일본 지자체 당국이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양국 간 심도 있는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