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태원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 반대 입장이 확고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자동 폐기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5번째, 법안 수로는 9건째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이 재의결 실패로 폐기됐고 이른바 '쌍특검법'은 재의 요구에 따라 국회로 되돌아온 상태다.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159명이나 희생된 비극적 참사가 또다시 정쟁거리가 된 것은 참담한 일이다. 이태원특별법은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조항이 쟁점이다. 특조위원 11명 중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 4명, 국회의장이 3명을 추천하고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특조위 설치 여부와 구성·권한 등을 놓고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검경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마무리되고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특별법은 진상조사보다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에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 구성과 일부 권한 부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검경 수사가 부실하지 않았다면 특별법과 특조위는 애초 필요하지도 않고 여당 주장대로 한다면 특조위 조사 기능 자체가 무력화한다는 논리다.   여야는 대통령이 폐기가 아닌 재의를 요구한 만큼 총선을 앞둔 정치적 이해득실과 셈법만 따질 게 아니라 희생자 유가족의 요구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재협상을 통해 특별법을 합의 처리하길 바란다. 정치권은 앞서 '특조위 구성을 전제로 특검 요구 조항을 빼고 법 시행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룬다'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비교적 심도 있게 논의한 바 있다. 여기서 다시 시작해도 될 것이다. 재발 방지와 피해자·유족 지원 방안도 정부의 일방적 발표가 아닌 여야 협의로 결론을 내야 유가족과 국민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협상력 복원을 기대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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