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10부는 14일 용인시민들이 전직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용인경전철 사업 관련 1조원대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 용인시장이 사업추진 당시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에게 총 214억6천여만원을 용인시에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단했다.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한 전임 용인시장 등의 손해배상 책임이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친 끝에 일부 인정된 것이다.
 
대법 재상고 가능성 등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무분별하게 예산을 낭비하는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을 정립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단체장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심각한 재정손실을 초래했더라도 손해배상과 같은 금전적 책임을 물은 적은 사실상 없었다. 재판부는 "교통연구원의 과도한 수요 예측에 대해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하지 않고 사업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실시협약을 2004년 맺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단체장의 묻지마 사업으로 지자체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례는 용인경전철 외에도 수두룩하다. 단체장의 치적쌓기 공명심과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권 로비 등이 맞물리며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사업 추진과 과도한 수요예측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보이고 있다.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 경전철은 실제 승객수가 40%를 넘지 못해 3천600억원 누적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4년 10개월 만에 사업자가 파산했다. 2019년부터 새로운 사업자가 받아 운영하고 있으나 운영 손실을 메워준다는 명목으로 해마다 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2011년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도 수요예측 잘못으로 김해시가 매년 500억원가량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비단 지자체장뿐만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도 경종을 울릴만한 판결이다. 뒷감당 생각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던지는 포퓰리즘 공약은 필연적으로 실패하기 마련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가 재정이야 망가지든 말든 표를 얻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있다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