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대외관계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함에 따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국가가 우리가 그들에 부과한 것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매우 불공정하다"고 운을 떼고는 인도와 중국 사례를 거론한 뒤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각해봐라. 4배나 높다.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한국의 관세가 미국의 4배라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거론한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때로는 경제에 있어서는 적성국보다 미국에 더 나쁘다는 주장을 해오면서 주로 유럽 사례를 거론해 왔는데 이날은 한국을 꼽은 격이었다.이에 따라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을 바로 잡지 않으면 경제와 안보에서 상당한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향후 한미간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관세 등 경제 이슈와 함께 주한미군 감축 여부와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분담액) 대폭 증액 등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다만 이날 연설에서 절망적인 요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과 일본의 향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개발 참여에 대해 거론하고, 백악관에 조선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이 분야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한국 입장에서 대미 관계를 풀어가는 데 긍정적 요소로 볼 여지가 있었다.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에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며 "미국 측에 이를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현재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작년 기준 0.79% 수준으로, 환급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다.한미 FTA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이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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