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씻어 안치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그리 멀지 않는 곳에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나는, 김씨 하고 부른다사람들이 들으면 저런 싸가지가 할 것이다화장실에서 어머니가 어! 하신다나는 빤히 알면서 뭐 해? 하고 묻는다어머니가 어, 그냥 앉아있어 왜? 하신다나는 그냥 불러봤어 하고는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인다언제 나올지 모르는 똥을 누려고지금 변기 위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는나이가 여든다섯이다나는 어머니보다 마흔 한 살이 어리다어려도 어머니와 아들 사이인데사십 년 정도는 친구아닌가밥이 끓는다엄마, 오늘 남대문시장 갈까?왜?그냥엄마가 임마 같다. -임희구의 시, '김씨'임희구 시인의 시가 재밌다. 독자들에게 웃음을 짓게한다 따뜻한 시다시가 엄숙하지 않고 딱딱하지도 않고 생활속에서 우러나는 진솔하고 정직한 시다. 감동을 준다
대화체의 문장이 물 흐르듯 잘 읽히고 담백한 느낌을 주면서도 왠지 비애감이 들게 하는 시다.시속 화자는 시인 자신이면서 아들이다. 착하고 인간적인, 누가 봐도 멋진 아들이다.어머니에게 김씨! 라고 부르며 농담을 거는 재밌는 아들, 김씨는 어머니에 대한 아들만의 애칭이다.“쌀을 씻어 안치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 첫 행의 문장이 기막히게 풀려 나온다.“그리 멀지 않는 곳에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화장실에서 어머니가 어! 하신다”“나는 빤히 알면서도 뭐해? 하고 묻는다”“어, 그냥 앉아 있어 왜?” “언제 나올지 모르는 똥을 누려고 변기 위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는 나이가여든 다섯이다”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인다. 밥이 끓는다. 나는 빤히 알면서 묻는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 사십년 정도는 친구 아닌가.구어체의 문장과 간결한 묘사 문장이 조화를 잘 이루어 감칠맛을 준다.“엄마가 임마 같다!” 엄마에게 슬쩍 농을 거는 아들의 넉넉한 마음을 보라. 누가 싸가지 없는 아들이라고 욕할 것인가.시는 생활이다. 생활을 빼면 시가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느낌과 노동이 시가 된다.시는 평범한 사람이 읽었을 때 감동하고, 우리들 삶에 작은 영향을 주는 시가 좋은 시다.그렇다 시를 포함한 모든 예술은 독자와의 진솔한 대화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