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조차 구별이 힘든 1급 여성 시각장애인이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대구대학교 (총장 홍덕률) 대학원 재활과학과에서 직업재활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윤상은(29)씨가 그 주인공.
여성 시각장애인이 외국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국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더욱이 그동안 국내외에서 배출된 시각장애인 박사들의 평균 연령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전후인 것에 비해 윤씨는 올해 만 29세로 ‘최연소 시각장애인 박사’의 타이틀까지 갖게 됐다.
윤씨는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시각장애인이자 미국 백악관 정책차관보를 역임한 강영우 박사의 강연을 듣고 비록 시각장애가 있다 하더라도 못 이룰 꿈은 없다고 생각하고 장애인을 위한 연구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1.2킬로그램의 작은 몸무게로 8개월 만에 세상에 태어난 윤씨는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중 산소가 과잉 공급돼 ‘미숙아 망막증’을 앓고 시력을 잃었다.
국립 서울 맹학교를 졸업하고 나사렛 대학교에서 재활학으로 학·석사를 마쳤다. 이후 직업재활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대구대 대학원 재활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는 연구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이라면 학력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고학력의 장애인들이 많음을 알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고학력 장애인의 직업관련 인식과 삶의 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오는 2월 대구대학교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는다.
윤씨는 이 논문을 쓰기 위해 1년 동안 전국의 모든 장애인 연합회와 복지관, 장애인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설문 조사를 하는 등 철저한 기초 조사와 문헌 조사를 했다.
지도교수인 이달엽(대구대 직업재활학과) 교수는 “도전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학업에 참여하고 어학공부에도 열의를 보이는 등 장애를 지니지 않은 동료학생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학생이었다”고 그를 기억했다.
이러한 열정으로 교원자격증(특수직업교사)과 직업재활사 자격증(2급),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대학교를 졸업하던 2004년 2월에는 틈틈이 써 온 글들을 묶어서 '손끝으로 세상 보기' 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윤씨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시각장애인으로서 학습하는 과정, 취미와 관심 분야,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여러 문제점 등을 진솔하게 담아내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도전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학업을 수행하는 데는 부모님의 믿음과 적극적인 지원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시각장애인용 재활기기들이 발달하기는 했지만 많은 양의 전문서적들과 원서들을 이에 맞도록 파일화하고 각종 자료와 설문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부모님의 몫이었다. 윤씨의 어머니는 윤씨가 박사과정에 입학하자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그의 손발이 되어줬다.
강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