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먹었지?" 한참을 기다려 배달된 짬뽕 한 그릇이 어느새 빈 그릇이 되어 있습니다. 정신없이 입으로 옮기고 나니 뇌는 아직 '먹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허기를 느낍니다. 이럴 때는 한 끼를 먹은 것이 아니라, 그저 ‘때웠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식사 속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게 비만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으신지요? 일본의 한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그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다이어트가 ‘덜 먹는 기술’이 아니라 ‘천천히 먹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매우 과학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빨리 먹는 사람보다 천천히 먹는 사람이 적게 먹는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천천히 먹으세요”라는 말만으로는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과학의 힘을 빌렸습니다. 리듬, 즉 메트로놈을 귀에 꽂고 피자를 먹게 했던 것입니다.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총 33명의 건강한 성인 남녀였습니다. 그들에게는 한 조각의 피자가 주어졌고 각자 다른 박자의 메트로놈(0, 40, 80, 160bpm)을 들으며 먹었습니다. 씹는 횟수, 씹는 속도, 입에 넣는 횟수, 총 식사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명확했습니다. 40bpm의 느린 박자를 들으며 식사했을 때, 식사 시간은 평균 47초나 길어졌고, 씹는 횟수와 입에 넣는 횟수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마치 음식 한 입을 곱씹으며 그 속의 사연까지 들으려는 듯한 식사였던 셈입니다. 반대로 빠른 박자에서는 이런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는 단지 리듬의 차이만이 아니라 음식과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식사 시간이 길고, 더 많이 씹고, 더 자주 나눠 먹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는 비만 예방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었습니다.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체질량지수(BMI)나 씹는 ‘속도’ 자체는 식사 시간과 큰 관련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대신 중요한 요소는 씹는 횟수와 한 입에 먹는 양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조금씩 자주 씹으며 먹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더 천천히 식사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천천히 먹기’라는 행동이야말로 과식을 막고 포만감을 더 일찍 느끼게 만드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연구팀은 이 단순한 원리를 ‘외부 리듬 조절’이라는 방식으로 적용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실천 가능한 건강 전략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음악이나 메트로놈 같은 외부 자극을 활용하는 것은 비용도 들지 않고, 당장 내일 아침 식사부터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아이디어이기도 합니다.결국 다이어트는 음식의 칼로리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무엇을 먹을까’에만 몰두해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다른 방향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먹을까’가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일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하루 세 끼 중 단 한 끼라도 ‘씹는 것에 집중하는 식사’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과거처럼 입은 바쁘고 머리는 딴생각하는 식사가 아니라, 음악을 틀어놓고, 천천히 씹으며 식사의 감각을 되살려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식탁 위의 피자 한 조각도, 집밥의 국 한 숟갈도 다시 ‘음식’으로 되살아날 것입니다. 맛을 느낀다는 것은 결국 삶을 느낀다는 일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한입 한입 음미하면서 밥을 먹어야겠습니다.오늘은 베토벤이 작곡한 초기 변주곡 중 하나로 하프 또는 피아노를 위한 ‘스위스 노래에 의한 6개의 변주곡’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1790년경 베토벤이 학생 시절이던 시기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직 작곡가로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의 습작에 가까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간단하고 짧은 여덟 마디의 주제로 시작되며 두 성부로 이루어진 이 주제는 다소 평범하고 특색 없는 선율입니다. 초보 음악 학생들이 연습곡으로 연주할 법한 단순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작곡가로서의 개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뒤따르는 변주들도 작곡적 면모에서 특별히 혁신적인 시도를 보이지는 않지만,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변주에서는 약간의 매력과 구성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연주 시간은 3분 미만으로 짧은 편이며 음악적 깊이나 발전성보다는 베토벤이 작곡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악기와 형식을 실험했던 시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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