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제1대 대통령부터 제20대 대통령까지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는 세대인 필자는 그간 수많은 정치적 격변기를 살아왔지만, 정치인도 아닌 가장 평범한 국민의 입장에서 요즘처럼 정치적 스트레스에 의해 불면의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던가 싶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전후(戰後), 세계 최빈국(最貧國)이라는 처참한 환경에서 무도한 폭압과 수탈 정치도 체험했고, 군정(軍政)을 거쳐 공포스러운 독재정권도 경험했지만, 그나마 그 당시에는 새벽 종소리에 잠을 설치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만은 잃지 않았으며, 전혀 예측 불가한 상황만은 잘 일어나지 않았기에, 현재의 고달픈 상황을 견디며 예측되는 불행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모양 같다.그런데 그 후, 꽁보리밥의 허기짐과 헐벗은 추위를 겨우 면한 것이 과연 어느 위대한 통치자의 은덕이며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가 과연 그리도 훌륭한 정치인들의 노력 때문이었을까?역사를 몸으로 체험하지 못한 이 시대 청년들이 그 때 그 시절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그나마 지금 여러분들이 누리고 있는 이 최소한의 풍요와 자유를 위해 피와 땀을 흘린 장년들의 희생과 노고만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물론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기성세대를 향한 불만과 혐오가 일부 청년들의 극우화(極右化)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근자에 70 대와 20,30 세대가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다는 통계에 아연할 뿐만 아니라 나는 절대로 그런 통계를 믿기 어렵다.북한과 남한은 동일한 조상, 동일한 언어를 가진 같은 땅 한반도에 있음에도 무엇이 남북한의 국력 격차를 그렇게나 크게 벌려놓았을까?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는 비슷한 자연 환경의 아메리카 대륙에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왜 또 그렇게 큰 격차를 가지게 되었을까? 내가 보기엔, 한 나라의 국력이나 국민 행복지수는 지정학적 조건에 앞서 순전히 체제와 정치적 환경의 산물일 수 있다는 얘기가 하고 싶어진다.어느 모로 보아도 북한은 남한보다 자원이 많을 뿐만 아니라 또 반도이지만 섬처럼 고립된 남한과 달리 대륙을 향해 진로가 열려 있는 유리한 지리적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세습 독재 정치가 바로 낙후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며, 멕시코 역시 가 본적이 있는 사람들이야 다 알겠지만, 대단히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경찰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정치 후진성이 바로 인근한 민주주의 국가 미국과 대비되어 지는 것이 아닐까?우리 젊은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르지만, 한 사람의 위정자가 나의 삶에 미칠 영향과 우리 국격과 국운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지 똑똑히 목도하였을 것이다.나 같은 늙은이야 도움 되지 않는 근심만으로 불면의 밤을 새우고 있을 뿐이지만, 피 끓는 젊은이라면 당연히 밤을 새워 어둠을 밝히는 등불을 들고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해야 하지 않을까?승객을 가득 태운 여객기에 조종사 수습생이 기장석(機長席)에 절대로 앉을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 왜냐하면 시행착오가 전혀 허용되지 않는 항공기 착륙에 있어, 유체역학(流體力學) 따위의 지식보다는 수없이 반복되는 훈련과 경험을 통해 체화(體化)된 반사 신경만이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높은 정치 관심이 우리사회의 미래이지만, 적극적 참정권 행사와 정치인으로서의 직업 선택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년등과(少年登科)야말로 왕조시대의 유물이 아닐는지? 할아버지 상투 잡으려는 철부지들의 모습이 그리 마뜩치 않아 보인다고 하면 나보고 꼰대라고 할는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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