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다가오는 APEC 정상회의 준비로 분주하다. 회의장 주변 도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주요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 올해 경주시 1차 추경예산안에 보문관광단지의 야간경관 개선, 만찬장 및 회의장 일원 경관 개선 등 APEC 관련 사업이 포함되었다. 경주 도심으로의 관문인 선도동 일대 옹벽 경관 개선사업(2차)도 추진된다.    이런 사업들은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필요하다. 한편 APEC 개최를 앞두고 천년고도의 관문인 경주역 야외 광장에도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경주역 광장이 ‘경주의 얼굴’로서 경주답지 않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광장의 변모는 주요 도로를 정비하는 것 이상으로 상징적 파급력이 크다. 현재 경주역 광장에는 역사 준공 당시(2010년)에 설치된 상징물이 있다. 이는 탑의 형상을 모티브로 하여 현대적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또한 광장에는 고속철 공사 과정에서 발굴한 경주 방내리와 덕천리의 유적이 이전·복원되어 있고 12개 기둥에 12지신상을 음각한 조형물도 세워져 있다.    그런데 탑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은 경주역 광장이 아니라 어느 조각공원에 있어도 좋을 작품으로, 지역성과 상징성이 약하며 복원된 방내리의 고분이 ‘시내버스·택시 타는 곳’으로 가는 광장의 주요 길목에 위치한 것은 적절치 않다. 12지신상은 역사 내부에도 있어 중복된 느낌을 준다. 이처럼 광장에서는 경주의 상징성을 강하게 느끼기 어렵다. 경주역사 겉모습과 내부 공간 역시 역사관광 도시 경주의 상징성을 한눈에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 역사는 공모전 당선작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전통건축 및 불국사의 건축 요소를 현대적으로 응용하여 지붕은 한옥 암수 기와의 곡선미가 드러나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전문가의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건물의 특성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역사 내부 한쪽 벽면에는 성덕대왕신종의 비천상이 음각되어 있고 도깨비무늬 기와가 그려져 있는 곳도 있다. 1층 역사 내 12개 기둥에는 12지신상이 양각되어 있다. 역사 내에는 고속철 공사 구간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는 문화재전시관이 있으나 역 이용 안내도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역사 외형과 내부에 경주의 고유성과 특성을 드러내려고 노력한 면이 있으나 역사를 분주하게 오가는 관광객이 이를 피부로 쉽게 느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역 광장에 경주를 표상할 수 있는 상징조형물 새로 설치해 관광객이 역사 밖으로 나와 광장으로 나서면 한 눈에 “여기가 경주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APEC 정상회의 개최 전, 역 광장에 새로운 상징물을 세우려면 다른 장소에 있는 것을 옮기거나 짧은 기간에 제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경주하면 먼저 떠오르는 문화유산은 다보탑과 첨성대 등이다. 화랑마을에 있는 첨성대를 역 광장에 옮기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제46회 신라문화제(2018년) 때 ‘첨성대 축조 재현’이 대표 행사의 하나였다.    행사 후 첨성대가 화랑마을로 옮겨졌다. 첨성대가 화랑마을에 꼭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황성공원 시민운동장 앞 광장에 있는 황룡사 9층 목탑 모형은 비교적 쉽게 옮길 수 있다. 물론 상징물 이전 설치에는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경주역세권 복합환승센터 건립 시기와 맞춰 시간적 여유를 갖고 광장에 상징물 설치를 생각할 수 있다. 그 때는 역 광장에 고선사지 3층 석탑, 감은사지 3층 석탑, 나원리 5층 석탑, 불국사 석등 가운데 하나를 세워도 좋다. 단순 복제가 아니라 기단과 몸돌 등에 APEC 개최를 기념하는 문양, 금관, 세계유산 로고, 경주의 뉴브랜드와 관련된 것 등을 조각하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창의적인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포석정의 유상곡수 유적이나 화랑상도 광장에 어울릴 상징물이다. 광장에 인물상을 세워도 좋은데 경주에 두드러진 인물이 많아 선정이 만만치 않다. 광장에 들어설 상징물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 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경주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관광객은 “경주는 톨게이트 모습도 다르다”고 느끼듯이 관광객이 경주역에 내려 야외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에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광장이 꾸려져야 한다. 성동동 구 경주역 야외광장에는 역사 준공(1936년)과 함께 자리잡은 ‘황오동 삼층석탑’이 지금도 광장의 상징물로 남아 있다. 경주의 관문이자 얼굴인 경주역 야외 광장의 변화가 APEC 개최를 앞두고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은 성급한 것일까, 다시금 성찰해 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