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오전, 포항 해군항공사령부. 계절의 초입이 무색할 만큼 침묵이 무거웠다. 지난 5월 29일 훈련 중 추락한 해군 해상초계기 P-3CK 사고로 순직한 장병 4명의 영결식이 이곳에서 해군장으로 거행됐다.고 박진우 중령, 이태훈 소령, 윤동규 상사, 강신원 상사. 이들은 조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날았고, 조용히 임무를 수행하던 중 우리 곁을 떠났다. 영결식에 참석한 1천여 명의 장병과 유가족, 동료들은 고인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그들의 마지막 비행을 배웅했다.영결식은 장엄했지만, 마음 한켠엔 묵직한 질문이 맴돌았다. 왜 이들은 돌아오지 못했는가. 초계기는 1960년대 제작된 기종을 2000년대에 들여와 개조한 P-3CK. 기체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1700시간 비행경력의 정조종사와 숙련된 항공기 기술 인력이 탑승한 상황에서의 추락은, 단순한 조종 실수로 치부할 수 없다.장병 4명 모두 1계급 진급이 추서됐고, 일부는 영천호국원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그러나 이 조용한 예우만으로 그들의 희생이 온전히 기억될 수 있을까.군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은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유능한 병사들을 '노후 장비'와 '평시 훈련 중'이라는 이유로 떠나보내지 않았는가.장병들은 충성으로 목숨을 바쳤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응답할 차례다. 단순한 추서와 묵념이 아니라, 본질적인 체계 개선과 안전 확보가 그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일 것이다.이들이 마지막까지 수행한 훈련은 ‘터치 앤 고’였다. 활주로에 착륙한 직후 곧바로 재이륙하는 고난도 훈련이다. 쉽게 보일지 모르지만, 초계기처럼 대형 기체에선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이 요구된다. 그런 훈련을 1차례 성공적으로 마치고, 2차 수행 중이었다는 사실은 장병들의 역량과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그러나 그 탁월함조차 노후한 장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베테랑들의 숙련도와 충성심으로만 버텨왔던 한계가 이번 사고로 드러난 것이다. 이들의 죽음은 ‘우리는 언제까지 장병의 희생 위에 안보를 세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제기한다.이제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 일선 장비의 상태, 정비 주기, 예산 편성의 우선순위까지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남은 이들이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다’는 불안이 아니라, ‘우리는 지켜질 수 있다’는 확신 속에서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그것이 국가가 군인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고인들의 넋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응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