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과 유권자들 사이에서 "투표에는 이기고, 개표에 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자주 들려옵니다. 단순한 유행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국민의 주권이 실현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그 절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우리 사회가 되돌아봐야 할 대목입니다.이런 민감한 시점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본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한 유권자로서 매우 당혹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그 내용은 국민에게 선거 결과를 존중하자는 취지였겠지만, 그 시기와 표현에 있어 자칫 선거 결과에 대한 사전 승복을 유도하거나 유권자 의사를 미리 차단하려는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은 정치적 중립성과 절차적 신뢰를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합니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표가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투표뿐만 아니라 개표 과정에서도 투명성과 공정성이 철저히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진 부정선거 논란과 관련하여, 전산망과 기계 중심의 개표 방식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그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저는 이러한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수개표라고 생각합니다. 본투표 이후에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확인하는 수개표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 앞에 떳떳한 선거 절차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선거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국민에게 증명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국민의 주권은 투표로 시작되지만, 개표의 공정성으로 완성됩니다. 수개표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신뢰 회복을 위한 필수적 장치입니다. 노태악 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는 지금이라도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하고, 선거 관리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선거를 둘러싼 불신을 거두고,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