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때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는 사람, 이제는 너무 익숙한 풍경입니다.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뛰며 손목을 힐끔거리고 산책 중에도 심박수와 칼로리를 확인하느라 화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불만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몸을 움직일수록 심박수 측정이 엉망이 된다는 겁니다. 심장은 쿵쾅대고 있는데, 숫자는 멍하니 멈춰 있거나 갑자기 튀어 오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준 존재가 바로 바닷속에 있었습니다. 말도 없고 소리도 없는 별 모양의 생물, 불가사리입니다.불가사리는 다섯 개의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몸을 뒤집고 방향을 바꾸는 데 아주 능숙합니다. 이 유연한 구조에서 연구진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움직이면서도 신호를 안정적으로 포착하려면, 센서도 제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불가사리 형태의 웨어러블 심장 모니터입니다. 이 장치는 다섯 개의 부드러운 팔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팔 끝에 달린 센서들이 심장 신호를 감지합니다.    최종적으로 이 장치가 얻어내는 자료는 심전도(ECG)인데요, 이는 병원에서도 몸을 조금만 움직이면 그래프가 요동칠 만큼 예민한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이 불가사리 웨어러블은 걷거나 뛰는 사람에게서도 정확한 심전도를 얻어냅니다. 그 비결은 아주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바로 ‘움직임과 심장 신호를 따로 측정해 구분하는 것’이죠.불가사리 웨어러블에는 다섯 개의 센서가 있습니다. 이 중 하나는 심장 가까이에 위치해 심전도를 정밀하게 감지하고, 나머지 네 개는 몸의 움직임만을 측정합니다. 움직임 센서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어떤 부분이 ‘노이즈’인지 계산하고, 그것을 심장 신호에서 빼줍니다.    게다가 AI는 사용자의 현재 상태—앉아 있는지, 걷는지, 뛰는지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필터를 적용해 노이즈를 줄입니다. 마치 시끄러운 거리에서도 사람 목소리만 또렷하게 골라내는 스마트 마이크처럼 이 기기는 움직임 속에서도 심장 소리만 정확히 추출해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웨어러블의 핵심은 하나의 센서에 모든 걸 맡기는 게 아니라 여럿이 역할을 나누고, 인공지능이 그 퍼즐을 맞춰 순수한 심장 신호를 완성하는 데 있습니다.이 장치는 단순히 멋진 구조에 그치지 않습니다. 심방세동, 심근경색, 심부전 같은 질환을 91% 이상의 정확도로 구분해냈습니다. 이는 기존 웨어러블 기기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무게는 고작 1.7g에 불과하고, 10시간 이상 연속 사용이 가능하며 방수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하루 종일 붙이고 다니는 만큼 착용감도 중요한데요, 연구팀은 이 부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초기 버전은 특수 젤을 이용해 피부에 부착했지만, 앞으로는 숨 쉬는 소재를 사용해 더 부드럽고 오래 착용할 수 있도록 개선 중입니다.    게다가 무선 충전까지 가능해 배터리 걱정도 줄었습니다. 불가사리가 웨어러블 기술의 미래를 열어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하지만 사실 이런 자연 모방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비행기는 새의 날개에서, 벨크로는 도꼬마리 열매의 갈고리 구조에서, 고속열차의 앞머리는 물총새 부리에서 영감을 받았죠. 기술이란 결국 자연이라는 거대한 교과서를 한 장씩 베껴 쓰는 일인지도 모릅니다.오늘 소개할 곡은 베토벤이 1795년에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2번 A장조 작품번호 2-2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초기 소나타 세 개 중 하나로 스승 하이든에게 헌정되었습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이 여전히 느껴지지만, 베토벤 특유의 화성적 실험과 극적인 감정 전개가 드러나는 점에서 그들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첫 악장은 'Allegro vivace'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됩니다. 짧고 날렵한 동기들이 빠르게 전개되며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특히 제2주제에서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조성 변화가 나타나며, 발전부에서는 A장조와 삼도 관계를 이루는 F장조가 중심이 됩니다. 이 부분에는 아름답고 정교한 대위법적 전개가 포함되어 있어 연주자에게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됩니다. 재현부는 코다 없이 담백하게 마무리되며 조용히 퇴장하듯 끝납니다.    두 번째 악장은 'Largo appassionato'로 베토벤의 소나타 중에서도 드물게 사용된 'Largo'라는 템포 지시어가 붙어 있습니다. 이는 곡 전반에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를 부여합니다. 현악 사중주를 연상케 하는 구성과 끊임없이 반주와 주제를 주고받는 대위법적 구성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A장조의 딸림조인 D장조로 쓰였으며 정적인 아름다움과 깊은 감정 표현이 공존하는 악장입니다.    세 번째 악장은 'Scherzo: Allegretto'입니다. 베토벤이 32개의 피아노 소나타 중 처음으로 'Scherzo'라는 제목을 사용한 악장이기도 합니다. 미뉴에트보다 더욱 유쾌하고 빠른 리듬이 특징이며 중간 부분인 트리오에서는 A단조로의 전조가 이루어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지막 악장은 'Rondo: Grazioso'입니다. 반복되는 주제가 점차 장식되고 화려해지는 전형적인 론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곡은 A장조로 시작해 다양한 조성을 오가며 A단조로 전환되어 'Sturm und Drang' 스타일의 격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마지막은 단순하지만 품격 있게 조용히 마무리되며 전체 소나타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이 작품은 하이든의 제자였던 젊은 베토벤이 스승을 존경하면서도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의지를 담은 작품입니다. 형식은 고전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폭과 화성적 실험, 그리고 대위법적 구성은 이미 베토벤 고유의 음악 세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의 1962년 연주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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