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안 보이는 꿈을 꿔본 적 있나요? 사방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손을 뻗는 그 막막한 감각. 꿈에서라면 금세 깨어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어둠이 현실입니다. 망막이 손상되면 시력을 잃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더 무서운 건 한 번 손상된 망막은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동안 의학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막는 것’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미 잃은 시력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마치 마른 들판에 단비가 내리듯 절망 속에서 뜻밖의 희망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카이스트에서 진짜 놀라운 연구를 성공시켰습니다.김진우 교수 연구팀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방해꾼’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이름은 PROX1. 원래는 뇌나 척수처럼 신경세포가 너무 많이 자라지 않도록 조절하는 단백질인데요, 손상된 망막에서도 이 단백질이 작동하면서 재생을 막고 있었던 겁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단백질을 망막 세포가 직접 만든 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신경세포들이 분비한 것을 뮐러 글리아라는 세포가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뮐러 글리아는 망막을 지지하는 세포인데, 물고기 같은 동물에서는 이 세포가 망막 재생을 도맡아 합니다. 하지만 사람에게서는 PROX1 때문에 그 재능이 억눌려 있었던 거죠.그래서 연구팀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렇다면 PROX1이 뮐러 글리아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어떨까?” 그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PROX1을 막아주는 항체를 만들어 유전자 전달 방식으로 망막에 주입하자 얌전히 있던 뮐러 글리아가 다시 깨어나 신경세포로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망막이 다시 자라났고 시력도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잠깐이 아니라 6개월 이상 유지됐다고 하니 실험을 본 연구자들도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었겠죠. 마치 시든 꽃에 물 한 방울이 떨어졌을 뿐인데 다시 피어나는 장면처럼요.물론 이 연구는 아직 사람에게 적용되기 전 단계입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바이오 벤처를 설립하고, 2028년 임상시험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치료 방법이 없다고 알려졌던 망막 질환들에게 이제는 “기다려볼 가치가 있다”는 말을 해도 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겁니다. 
 
절망을 막고 있는 PROX1이라는 단백질 하나를 치우자 뮐러 글리아라는 세포가 다시 희망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망막이라는 어두운 숲 속에도 다시 새벽이 찾아오고 있습니다.오늘은 쇼팽의 녹턴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쇼팽은 모두 21곡의 녹턴을 작곡했는데, 1번부터 18번까지는 생전에 8번에 걸쳐 출판했고, 19, 20, 21번 세 곡은 사후에 출판되었습니다. 오늘 들으실 1, 2, 3번은 작품번호 9번으로 함께 출판되었습니다. 
 
녹턴이라는 형식은 원래 아일랜드 작곡가 존 필드로부터 유래하였으며 쇼팽 초기 녹턴에서도 그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Op.9의 세 곡에서는 필드의 단순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쇼팽 특유의 애수 어린 반음계와 유려한 선율이 더욱 강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녹턴 1번(op. 9-1)은 전형적인 3부 형식(ABA)을 따르지만 쇼팽은 이를 보다 유연하게 풀어내며 마치 네 개의 구별된 단락처럼 들리도록 구성합니다. 첫 부분은 절제된 슬픔을 머금은 선율로 시작하여 중간 부분에서는 보다 길고 관능적인 선율이 이어지며, 다시 처음의 분위기로 회귀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코다의 역할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단순한 마무리에 불과했던 코다를 쇼팽은 이 곡에서 극적인 파트너로 발전시켜 전체적인 음악적 흐름에 깊이를 더합니다. 마지막에는 내림나장조의 화음 위에 조용히 안착하면서 보다 극적인 단조의 마무리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의 울림을 남깁니다. 
 
이 곡은 아직 젊은 작곡가였던 쇼팽의 섬세한 감수성과 독창적인 구성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