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송도해수욕장에 밤이 찾아오면, 또 다른 활기가 피어난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포장마차가 줄지어 들어서고, 그 앞엔 가족, 연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발길을 멈춘다. 지난 13일 시작된 ‘포송마차’는 더운 여름 밤,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단순한 야시장이 아닌 야간관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포송마차’는 ‘포항 송도 포장마차’의 줄임말이다. 익숙하고도 정감 있는 네이밍 안에 포항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이번 축제의 핵심 콘셉트인 1980년대 송도포차거리 재현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적 기억을 소비 콘텐츠로 바꾼 시도다.이처럼 ‘축제의 공간’을 단순한 먹거리 장터가 아닌, 도시의 문화자산을 재해석한 무대로 구성한 점은 타 도시 야시장과 차별되는 부분이다.30여 개의 부스에서는 닭꼬치, 연탄불고기 같은 길거리 간식부터 포항 특산물인 돌문어 숙회, 오징어무침까지 선보였다. 이 음식들은 포항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판매하며, 지역의 손맛과 정서를 그대로 전했다. 음식이 곧 도시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특히 ‘포항사랑카드’ 사용 가능, 원산지·가격표시 의무화, 위생 교육 이수자 운영 등은 단기적인 방문을 넘어 지속가능한 운영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지역에 신뢰를 남긴다.야시장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다. 사람과 문화, 상권이 흐르는 축이다. 실제로 ‘포송마차’는 송도 해변과 인접한 골목상권과 자연스럽게 연계되며, 인근 식당·카페·편의점까지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일부 상인은 “주말엔 예년보다 매출이 2~3배 올랐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포장마차 몇 개가 아닌, 지역 전체의 분위기를 살리는 실질적 결과다.뿐만 아니라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된 ▲샌드아트 ▲미니 오락실 ▲포토존 등은 가족 단위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렸고, 청년층의 SNS 인증샷은 또 다른 관광 유입의 통로가 됐다. 이처럼 잘 설계된 야간콘텐츠는 도시의 경제, 문화, 정서를 한데 묶는 연결 고리가 된다.하지만 진짜 과제는 지금부터다. 포항시는 ‘포송마차’를 포항형 대표 야간관광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물리적 성과를 넘어, 이 축제가 매년 지속되기 위한 제도적·행정적 기반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한정된 공간에 인파가 몰리면 안전사고, 쓰레기 문제, 인근 주민 민원 등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야간축제는 도시의 새로운 매력인 동시에 새로운 책임을 요구한다.지금까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를 성과로 삼았다면, 이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렀는가’, ‘얼마나 많이 재방문했는가’, ‘지역에 무엇을 남겼는가’로 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도시의 밤은 공짜다. 그러나 그 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콘텐츠, 안전, 위생, 그리고 사람이다.송도에 다시 불이 켜졌다. 그 불빛이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