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아이를 보면 “내일 또 졸면서 학교 가겠군”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궁금해집니다. 저렇게 늦게 자는 게 뇌에 어떤 영향을 줄까? 최근 3천 명이 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이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손목에 찬 디지털 기기를 통해 수면 데이터를 모으고 뇌 MRI와 인지 검사 결과를 함께 분석했는데요. 단순히 수면 시간만 따진 것이 아니라, 수면의 질과 타이밍을 포함한 18가지 수면 지표와 심박수까지 고려해 뇌의 구조와 기능과의 연관성을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드러난 결론은 의외로 직관적이고 단순했습니다. 늦게 자고 수면 시간이 짧은 아이들은 뇌의 일부 연결망이 약했습니다. 특히 감정이나 기억과 관련된 부위의 활동성이 떨어졌습니다.    또한 수면 중 심박수가 높고 얕은 잠의 비율이 높은 경우 뇌의 여러 영역에서 부피가 작고 네트워크 연결도 느슨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조절하는 능력 자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연구자들은 청소년들을 수면 특성에 따라 세 가지 ‘바이오타입’으로 나누어서 인지 기능을 분석했습니다. 좋은 수면 습관을 가진 그룹은 인지 기능이 뛰어났고, 반대로 나쁜 수면 패턴을 가진 그룹은 낮은 인지 점수를 보였습니다.더 놀라운 건 이 바이오타입이 단지 하루 이틀의 수면 습관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는 9세부터 14세까지의 아이들을 추적 관찰했는데, 뇌 구조와 인지 능력의 차이는 시간이 지나도 거의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초등학생 때의 수면 습관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 뇌가 어떻게 자랄지를 결정했습니다. 마치 활시위에서 조금만 방향이 어긋나도 화살이 전혀 다른 곳으로 날아가듯, 잠드는 시간 몇 분의 차이가 청소년기의 뇌 발달이라는 긴 여정에 예상 밖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이 연구는 단순히 “잠을 많이 자야 한다”는 뻔한 메시지를 넘어서 수면이야말로 뇌 발달을 이끄는 은밀하고도 정교한 지휘자임을 보여줍니다. 청소년의 뇌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수면을 통해 스스로를 조율하고 성장합니다. 좋은 수면은 더 나은 학습 능력, 더 튼튼한 감정 조절, 더 깊은 기억력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자녀의 성적을 걱정하기 전에, 침대 위에서 뇌가 잘 자라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합니다. 모두가 잠든 밤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건 어쩌면 우리의 뇌일지도 모릅니다.오늘 들으실 곡은 베토벤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 흔히 '비창(Pathetique)'이라는 부제로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1799년 빈에서 처음 출판된 이 곡은 베토벤이 오랜 기간 후원받았던 리히노프스키 공에게 헌정되었으며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 중 가장 널리 연주되고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곡은 처음으로 서주가 포함된 소나타로 베토벤의 형식적 실험과 감정 표현의 확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시로 평가받습니다.'비창' 소나타는 그 극적인 표현력과 감정의 깊이로 인해 단순한 피아노 소나타를 넘어 하나의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서정과 비장함, 분투와 희망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베토벤의 초기 피아노 작품들 중 가장 성숙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입니다. 오늘은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의 1964년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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