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이 전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새해를 맞아 인사차 들른 여당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였다. 즉흥적인 발언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으며 지난 가을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증할 것은 공정하고 기득권자에 분할할 것은 분할했으나 자식들에게는 유산분배가 없다고 밝혔다. “죽으면 끝나고 영원히 살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다”는 말과함께 “일체 물려주는 것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YS의 재산은 대략 40억~50억정도라는 것이다. 거제도 생가와 대통령기록관은 거제시에, 조부가 지은 신명교회는 장로회측에 기부하고 시가 15억 정도의 상도동자택은 (사)김영삼민주센텨에 기부키로 하고 공증을 끝냈다고 한다.
거제도의 땅을 무단으로 점유, 생계를 이어온 주민들에게는 땅의 일부를 떼어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전직대통령으로선 처음 있는 일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YS는 일생을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살아온 민주주의의 산증인이다. 숱한 압박과 탄압에도 굽히지 않았고 목숨을 건 긴 단식으로 신군부와 맞섰다. 25세에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 그는 최다선의원이었고 박정희 정권때 제명당하는 불운을 겪었으나 좌절하지 않고 싸워 마침내 대통령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대통령이 된후 그의 일성은 “마침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왔다”였으며 문민정치를 표방했다. 재임중 IMF를 맞기는 했으나 전직대통령을 심판하고 하나회를 해체해 독재의 잔재청산에 나섰다.
금융실명제와 토지 실명제로 경제의 흐름을 바로 잡았으나 그도 아들의 비리를 막지는 못해 큰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은퇴후에도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으로 남아 국민들의 신망을 받고 있다. 부패하지 않고 은닉재산이 없는 것만으로도 다른 전직대통령과 구분됐다.
사실 그가 이번에 사회에 환원키로 한 재산도 대부분 부모로부터 물러 받은 것들이다. 거제도의 생가와 토지가 그렇고 상도동 자택도 그의 부친 고 김홍조옹이 멸치잡이로 번 돈으로 마련해 준 것이다. 국민들이 그의 재산환원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축재한 재산이 없다는데 있다.
이제부터 YS의 황혼여행은 시작된 것이다. 삶의 모든 물질적 흔적을 버리고 그야말로 국가원로로 남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정작 자신은 언제 떠나도 미련이 없도록 준비한 결심이 아름답다.
미국의 레이건이 알츠하이머로 오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것처럼 그도 전설로 남을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자연의 황혼이 아름다운 것처럼 사람의 황혼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들어 전재산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에서 재직했던 교수가 모교에 재산을 내놓고 일생 저잣거리에서 장사를 해 모은 백억대의 재산을 쾌척하는 사람도 있다. 돈버는 목적을 사회봉사에 두고 버는 쪽쪽 환원하는 연예인도 있다.
돈이 없으면 자신의 장기나 사후 시신을 기증하기도 한다. 현직 이명박대통령도 자택을 제외한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재산과 소유에 대한 가차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기부와 재산의 사회환원이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되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YS의 재산 기증이 우리사회에 새로운 신드롬을 파급하는 계기가 되엇으면 좋겠다. 모든 국가의 원로들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아름다운 마부리를 준비했으면 하는 것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주는 즐거움, 비움의 철학을 실천하는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노령화가 사회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를 더욱 아름답고 포근하게 감싸는 그런 사회를 기대하는 것이다. 모든사람이 자신의 은퇴후를 생갓하며 나도 저 사람을 닮겠다는 대상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고픈 YS가 이제 할 일은 꼭 하나 있다. 그것은 자서전을 쓰는 것이다. 자신의 일생을 반추하면서 부그러운 일과 보람있었던 일, 위기극복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것은 재산기증보다 중요한 일이다. YS의 아름다운 황혼여행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