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권 경쟁이 아니다.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분열과 불신이 만연한 지금,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 속에서 책임 있는 결단이 절실해졌다. 이번 대결은 정당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국민 앞에 드러내는 시험대다.비대위원장 체제로 시간을 끄는 것도, 특정 인물을 추대해 경쟁을 봉쇄하는 것도, 특정 후보의 자격을 선 긋듯 차단하는 것도 모두 지금 국민이 원하는 방식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품격 있는 경쟁’ 속에서 리더십을 검증받는 과정 그 자체다. 지금은 명분 있는 경쟁이 절실한 때다. 기득권에 기대고, 계산으로 머뭇대며, 침묵으로 시간을 버는 정치는 더 이상 국민의 기대도, 바람도 담아내지 못한다. 이제 필요한 건 갈등이 아닌 혁신의 정면승부이며,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태도야말로 정치의 품격을 결정짓는다. 이런 전환의 순간에 주목받는 세 인물이 있다. 물론 이들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그러나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이상, 가나다순)은 각기 다른 장점으로 보수 정치의 핵심 조각을 쥐고 있는 인물들이다. 진심으로 보수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은 나설 때다.김문수는 실천과 헌신의 리더다. 민주화운동과 노동 현장, 국회와 지방정부를 두루 경험한 그는 국민의 삶에 방점을 찍는 정치를 실천해왔다. 보수 안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풀어내려 한 시도는 지금의 보수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안철수는 중도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합리적 리더다. 계파에 기대지 않고 의료·과학·IT 기반의 전문성과 도덕성으로 독자적 정치 지형을 구축해왔다. 그의 실용적 접근은 이념 피로에 지친 중도층에게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정치적 승복의 태도 또한 중요한 리더십 자산이다.한동훈은 전략과 변화의 상징이다. 간결한 언어와 추진력으로 청년과 중도의 기대를 모았다. 정치 경력은 짧지만,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와 미래 비전은 세대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제시한다.세 사람의 장점은 서로 보완적이다. 실천, 합리성, 전략이라는 각기 다른 기둥이 균형을 이루고 조화를 이룰 때, 새로운 리더십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들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문수의 정치 행보가 과거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시선, 안철수의 때때로 보이는 결단력 부족에 대한 비판, 한동훈이 정치 무대에서 풀어내야 할 경험과 검증의 과제 등도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에 필요한 것은 완벽한 인물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품격 있게 겨루며 국민 앞에 책임 있게 나서는 태도다.정치는 표로 심판받지만, 결국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건 리더의 품격이다. 진짜 리더는 승부보다 승복의 방식에서 드러난다. 이 경쟁은 단지 표를 위한 경주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는 여정이다. 겨울밤을 밝히는 모닥불처럼, 따뜻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만이 얼어붙은 민심을 녹일 수 있다. 국민과 국민의힘 당원 또한 이 경쟁이 정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감시하고, 어떤 태도를 지지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깨끗한 경쟁과 책임 있는 승복, 그것이 보수를 다시 국민 곁에 세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