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야자수 그늘 아래 청량한 ‘모히또’ 한잔 마시고 싶은 요즈음, 빛과 바람으로 빚어진 원시적 자연의 생명력 넘치는 회화전이 열리고 있다.‘자연의 환희’라는 주제로 식물과 야자잎, 선인장 등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극사실회화로 표현하고 있는 지철형 작가의 개인전이 경주 갤러리 미지(대표 김미지)에서 20일까지 진행된다. 갤러리 가득 녹색의 정원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장감 있고 정교한 녹색의 모던한 변주는 시각적 평온함을 넘어 대체 불가한 힐링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구상작가인 지 작가는 계명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인물화, 풍경화 등 탄탄한 사실적 표현의 구상 유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2020년경부터 선인장과 식물 시리즈 ‘자연의 환희’라는 주제로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 세계를 선보이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작가는 그간 식물의 잎과 선인장 등을 화면에 가득 채워 확대해 나타내는 조형적인 구도와 극사실적 기법으로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백이 많은 구도적 변화와 단순화를 시도한 조형적 연구가 새롭게 드러나는 작품들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늘씬한 키에 크고 짙은 초록색 이파리가 쭉쭉 뻗은 야자수에선 야생적 시원함이, 멕시코 대농장의 끝없이 펼쳐진 선인장을 떠올리게 하는 화면에선 강인한 생명력이 전해진다. 이들 자연은 빛과 바람으로 빚어진 생명들로 수만 년 거쳐온 진화 속에 결정된 각각의 형태를 지니며 그 형태 안에는 배려와 꿈과 생명력이 들어 있음을 화가는 간파했다.방사형의 선이 유려한 곡선으로 나타나는 선적 조형성을 주제로 삼은 ‘리프( LEAF) 시리즈’는 수년간 이어온 작가의 시그니처 테마로, 작가 특유의 선에 대한 조형적 해석과 자연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프레임 안으로 자연을 가져오는 차경 형식으로 복잡한 관계성 안에서도 각각의 존재로, 때론 굽어지고 때론 뻗어나가는 우리 모습을 담고 있다.척박한 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과 세대를 거듭해가며 형태를 만드는 시간성에 매료돼 수년 전부터 주된 소재로 삼고 있는 ;선인장시리즈(밍크선인장);는 그 자체의 독특함과 조형미, 색과 질감의 대비를 잘 보여준다. ‘백섬철화(머리 역할을 하는 접수)’를 이면서 뿌리박고 서 있는 밍크 선인장은 마치 다음 세대를 위한 버팀목으로 부모가 희생하고 지지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자연의 환희’라는 주제의 종합형인 ‘온실’은 조화로운 하나의 풍경으로 작가의 페르소나적 공간인 온실을 그대로 가져왔다. 숲과 식물원 귀퉁이 구석진 곳까지 한 장면 한 장면 온기와 습도, 시간까지 화폭에 담았다. 빌딩 사이로, 해변 위로, 구름을 가리고 선 야자나무는 그리움의 매개체였다. ‘실루엣시리즈-그리움’은 지구 반대편의 닿기 어려운 그리운 대상을 형상화했다. 지 작가는 “때론 빛이 좋아서, 때론 바람이 좋아서 희망을 품은 하루하루를 보내오는 그들에게서 나와 우리가, 그 생명들이 보내주는 꿈과 환희를 보고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