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7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상 대통령의 취임 100일에 맞춰 열리던 공식 회견을 한 달 만에 연 것은, 시점 자체부터 이례적이었다.회견 시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였다. “국민의 눈높이에 더 빨리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다. 질문을 사전 조율하지 않고 열린 형식으로 진행한 점 또한, 그의 정치 언어가 지향하는 방향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대통령이 구사한 ‘언어의 방식’이었다. 회견 내내 그의 언어는 논리보다 감정에, 설명보다 공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비유’가 있었다.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바로 “공직사회는 태권브이다”는 비유였다. 조정석에 누가 타느냐에 따라 조직이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는 이 말은, 행정철학과 리더십의 본질을 단 한 장면으로 압축해냈다.인사 원칙을 설명할 때 그는 시멘트, 자갈, 모래, 물을 비유로 들었다. “한쪽만으로는 강한 구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시멘트 정권’도 ‘모래 정권’도 아닌 ‘콘크리트 정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또한 “수도권 집중은 목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시는 격”이라는 비유는, 균형발전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통계 수치 대신,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고통의 이미지를 통해 문제의 핵심을 환기시킨 표현이다.“소고기 한 번 실컷 먹어보고 싶다”는 민생 지원금 쪽지 사례는, 복잡한 예산 정책보다 국민의 ‘감정’에 다가간 접근이었다. 그 한 문장은 수많은 정책자료 속 숫자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민생의 현실을 드러냈다.비유는 수사의 기교가 아니라, 감정을 움직이는 설득의 기술이다. 사람은 추상적 수치보다 구체적인 이야기 구조에 본능적으로 더 반응한다. 그래서 비유는 감정의 문을 열고, 정책을 공감의 장면으로 전환하는 통로가 된다.그러나 모든 비유가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지나친 비유의 강조는 메시지를 흐리게 하고, 특정 표현은 의도와 다르게 해석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비유는 양날의 검이다. 반복되면 과잉 연출로 비춰질 수 있고, 맥락에 따라 오히려 메시지를 흐릴 위험도 있다. 정치적 언어는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에, 모든 자리에 비유가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말은 정치의 시작일 뿐이고, 실천이야말로 진정성을 입증하는 증거다. 국민은 말 뒤에 있는 정책적 결단과 실행을 통해 신뢰를 보낸다. 언어가 남긴 감동은 정책의 결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10여 년 전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서도, 그는 감정의 결을 품은 비유로 공감의 언어를 구사했다. 이번 회견은 그 언어 감각이 대통령이 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정치 언어가 추상화될수록, 단순하고 보편적인 감성의 비유는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이번 회견은 경제·외교·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지만, 그 전반을 관통한 것은 정서적 설득력을 지닌 비유와 담백한 언어였다. 그는 말을 쉽게 풀되 메시지를 깊이 있게 전달했고, 감정을 실어 진정성을 담으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정치의 언어가 ‘공허한 말’로 흐르기 쉬운 시대에, 그는 ‘현장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으나, 분명한 사실은 언어에는 화자의 체온이 담긴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차가운 논리보다 따뜻한 공감의 언어를 택했고, ‘비유’를 통해 청중의 마음에 다가가려는 시도였다.그러나 정치는 따뜻한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천과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태권브이’는 상징일 뿐, 국민은 실제로 움직인 리더십에 신뢰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