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주사 하나가 심장을 지켜준다니 처음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상포진 백신이라고 하면 피부에 붉게 올라오는 발진과 통증을 막아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127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초대형 연구 결과는 이 백신이 생각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몸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심혈관 질환, 그것도 뇌졸중,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같은 중대한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연구에 따르면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평균 23% 낮았습니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심근경색이나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 같은 주요 사건은 26% 감소했고, 심부전과 관상동맥질환도 각각 26%, 22% 줄어들었습니다. 
 
이 효과는 백신 접종 후 2~3년 사이에 가장 두드러졌지만, 8년이 지나도 보호 효과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 번의 예방이 생각보다 오래도록 건강을 지켜준 셈입니다.재미있는 점은 이 효과가 단순히 건강한 사람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자주 마시고 운동은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강한 보호 효과를 봤다는 겁니다. 남성이나 60세 미만의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게도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백신이 기존의 위험 요인과 무관하게 전신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혈관 손상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뜻입니다. 백신이 단지 병을 막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다시 잡아주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대상포진은 단순히 피부의 병이 아닙니다. 이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하면 혈관을 따라 염증을 일으키고, 때로는 혈전을 형성하며, 전신에 미묘한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마치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 금이 결국 거대한 댐을 무너뜨리듯, 이 염증은 심장에도 적잖은 부담을 안깁니다. 백신이 이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심장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중요한 메시지입니다.물론 아직 확인해야 할 점들도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생백신을 기준으로 했고 현재 더 널리 쓰이고 있는 재조합 백신의 효과는 별도로 검증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상은 한국인 중심이었기 때문에 인종이나 건강 상태가 다른 집단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요구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예방의학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백신은 단지 병을 막는 수단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조금 더 건강한 쪽으로 살짝 틀어주는 작은 키와도 같습니다. 우리가 오늘 맞는 백신 하나가 내일의 심장을 지킬지도 모릅니다.오늘 들으실 곡은 쇼팽의 12개의 연습곡 op. 10 중 1번부터 6번까지입니다. 이 곡들은 단순히 기술적인 연습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연주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독립적인 콘서트 작품들로 쇼팽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각 연습곡은 피아노 연주에 필요한 특정한 기술적 문제를 제시하며 쇼팽은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시적이고 감동적인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1번 연습곡 C장조는 넓게 퍼지는 아르페지오가 특징인 곡입니다. 오른손이 아르페지오를 확장하고 축소하며 간단한 베이스 위에 펼쳐지는 이 곡은 단순함 속에서도 장엄한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그 아름다움은 그 어떤 화려한 기교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2번 연습곡 A단조는 오른손의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적인 연습이 특징입니다. 빠르게 오르내리는 크로마틱 스케일과 분리된 코드들이 이 곡의 주요한 요소로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3번 연습곡 E장조는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곡으로 중간 부분에서 보다 격렬한 감정이 표현됩니다. 한 손으로 멜로디와 반주를 구분하여 연주하는 연습을 요구하며 쇼팽은 이 곡을 그의 최고의 멜로디로 생각했을 정도로 그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4번 연습곡 C#단조는 토카타처럼 빠른 패시지들이 양손으로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곡입니다. 빠른 손놀림과 독립적인 손가락의 강한 조화를 요구하는 곡으로 연주자의 손에 박진감 넘치는 회오리바람 같은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5번 연습곡 G♭장조는 "흑건(Black Key)"이라는 별명이 붙은 곡입니다. 이 곡은 오른손이 전적으로 검은 건반만을 사용하여 연주되며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강한 회전 기술이 요구됩니다. 이 곡은 그 자체로 쇼팽의 독특한 기교와 경쾌한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6번 연습곡 E♭단조는 그리 어려운 기술적 요구는 없지만 슬프고 애절한 분위기를 잘 표현한 곡입니다. 단일한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곡으로 감성적인 깊이가 돋보입니다. 이 곡들은 각각 고유의 기술적 요구를 가지며 그 안에서 쇼팽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