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우양미술관이 1년여에 걸친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지난 20여 년간 미공개된 백남준 소장품을 면밀한 수복 작업을 거쳐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인다.    우양미술관은 2025년 재개관과 함께 APEC 정상회의의 경주 개최를 맞아 특별전으로 백남준의 'Humanity in the Circuits'을 이달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우양미술관 1전시실에서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랜 수복 과정을 거쳐 처음 공개되는 백남준의 소장품 12여 점을 비롯, 1990년대 중심의 소장작들과 함께 백남준의 판화 제작 실무자였던 마크 팻츠폴의 판화 컬렉션 아카이브와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가 회고가 아닌 백남준이 구축한 기술과 예술, 인간 사이의 유기적 회로를 다시 걷는 시도로 2025 APEC 정상회의의 글로벌 비전을 예술 언어로 승화시키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1980-1990년대 백남준의 예술의 전환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시기 그는 테크놀로지를 단순한 표현 수단이나 시청각 실험의 장으로 다루는데 그치지 않고 인류 정신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으로 인식하며 공동체적 사유를 본격화했다.    그의 작품은 TV, 위성, 로봇, 인터넷, 사운드,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가 하나의 회로처럼 얽혀 있으며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예술과 기술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유기 회로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공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지점은 올해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이 제안하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연결, 혁신 그리고 번영'이라는 공동의 비전과 철학적으로 접속되는 점에 주목해, 이 시기의 작품들을 통해 백남준이 기술의 회로 속에 새겨 넣은 인류애의 흔적을 다시 읽고자 한다.주요작 중 하나는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 연작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 중 '나의 파우스트 – 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 – 영원성'이다. 1989년부터 1991년 사이 제작된 이 연작은 괴테의 고전을 바탕으로 자본, 윤리, 시간, 존재라는 주제를 동서양의 철학과 기술적 상상력 안에서 교차시킨다.  또 주목할 만한 작품인 '전자초고속도로 - 1929포드'는 자동차와 한국의 전통 가마로 구성된 대형 설치 작업으로, 2년반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다시 관객과 마주한다. 백남준은 이 작품을 통해 기술 네트워크가 단순한 정보 전달의 매개를 넘어 국가와 문화를 연결하고 인간과 인간이 새로운 방식으로 조우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우양미술관의 상징이었던 '고대기마인상'은 1991년, 고도 경주에 우양미술관이 설립되는 것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다. 백남준은 경주에서 발굴된 고대 기마 인물형 토기를 모티프로 삼아 옛것과 새로움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제시했고 ‘탈영토제국주의’ 개념을 덧입혔다. 이는 가장 빠른 통신망과 정보 전달력이 새로운 지배 질서를 만든다는 통찰로, 정보의 속도를 몽골 기마 문화에 비유하며 오늘날 인터넷 시대의 권력 개념을 예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이외에도 '음악 심必', '푸가의 예술'은 비디오, 오브제, 사운드, 조형 구조물이 융합된 매체 실험의 대표작으로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백남준의 실험정신이 집약돼 있다. '바이바이 키플링', '어질 인仁', '마음 심心'은 동서양 문명의 긴장과 통합을 다룬 작품으로 백남준이 세계 시민으로서 사유한 문화 간 상호작용의 모델을 제시한다.이번 전시 개막식은 19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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