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용 지하시설(URL) 부지로 선정된 태백 부지를 두고 (사)한국원자력학회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이 적합성 여부에 대해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원자력학회가 태백 URL 부지 적합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사)한국원자력학회가 반박 자료를 내고, 이를 원자력학회가 재차 반박하면서 적합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사)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22일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부지 선정에 대한 입장과 제언'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부지 선정이 법적·절차적·기술적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원자력학회는 태백 부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의한 연구용 URL의 요건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 제2조 제8호에 따르면 연구용 URL은 ‘처분시설의 지질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을 실증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원자력학회는 태백 URL 부지는 화강암이 아닌, 이암, 사암, 석회암 등이 혼재된 복합 퇴적암층으로 확인됐으므로, 특별법이 규정한 '지질환경의 유사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또 "정부가 2024년 6월 공고한 URL 부지 공모 공고문에는 ‘단일 결정질암 분포’를 핵심요건으로 명시했으나 언론에 공개된 내부 평가자료에 따르면, 처분시설 장기 안전성의 핵심인 ‘암반 균질성·연속성’ 항목의 배점은 전체의 14%에 불과했다"면서 "또 평가는 지하 500m 심도 주변의 200m 구간에 한정됐고, 실제 연구가 계획된 150m, 300m 심도에 대한 평가는 누락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는 사업 계획과 평가 기준이 불일치하는 절차적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부지 평가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아울러 원자력학회는 태백 URL은 연구 데이터의 인허가 활용성이 낮아 재원 낭비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특별법 취지와 과학적 원칙에 기반해 URL 부지 선정을 원점에서 재추진하자"고 강조했다.이같은 주장에 원자력환경공단은 같은날 반박자료를 내고 "시추조사 결과, 태백 URL 부지는 충분한 규모의 결정질암(홍세사화강암)이 분포함을 확인했으므로 화강암이 아닌 복합 퇴적암층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처분부지 선정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처분시설의 지질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전제·예단하여 부합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간적 선후관계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이어 "세부 배점은 부지선정절차를 주관한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분과별 논의와 전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했다"며 "부지유치공고문상 1개 지자체만 단독 응모했을 경우, 평가위원회가 시설 건설 적합여부를 판단하며, 출석위원 만장일치로 적합함을 심의 의결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에서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과 ‘처분시설 부지 내 지하연구시설’ 모두 건설·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현행 법률에 따라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외에 처분시설이 건설될 부지에 처분시설 부지 내 지하연구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같은 주장에 원자력학회는 24일 재차 입장문을 내고 "공단의 해명은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공단은 처분고 예상 깊이에서 충분한 규모의 결정질암(화강암)이 분포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 안전성 평가는 처분고에서 지표면에 이르는 상부 지층의 특성(암반 종류, 균열, 지하수 유동 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이런 이유로 공단도 역시 태백 URL의 연구 모듈을 150m, 300m, 500m 심도에 설치할 계획이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또한 이들은 "공단의 처분 부지가 결정되지 않았기에 연구용 URL은 어디에나 지어도 된다는 주장은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미래의 영구처분장과 연계성 없이 추진되고 있음을 자인하는 바와 다름없다"며 "수많은 기술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만장일치 적합 결정을 내린 부지선정평가위원회의 판단 근거에 대해서도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부지선정평가위원회의 회의록과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