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업의 핵심은 재현입니다. 흑인의 삶을 기록하고 기념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죠. 당신이 나를 어떻게 보길 원하는지를 제안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우양미술관은 가나 출신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 1984~)의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 ‘I Have Been Here Before’를 11월 30일까지 개최한다. 동시대 미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흑인 예술가 중 한 명인 보아포는 사적인 경험과 미술사적 영향에 기반해 독창적인 화법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초상화 양식을 구축해왔다.
우양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단순히 피부색으로 표상되는 흑인의 이미지를 넘어 흑인의 삶을 기록하고 기념하며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정체성과 개인의 복합적인 경험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보아포는 흑인의 회화 작업이 쉽게 수용되지 않던 유럽의 현실 속에서 차별과 고정관념에 맞서며 정체성을 확립했고 아프리카의 사진문화와 현대 패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상으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직접 물감을 바르는 독자적인 기법(finger painting)을 발전시켰으며 인체를 조각적으로 표현하고 회화의 평면성과 대비되는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구현했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업에 깊은 영향을 받은 그는 인물의 전면적인 구도, 화면 속 인물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흑인의 피부색을 표현하는 복잡하고 섬세한 색채 구성 등에서 뚜렷하게 드러냈다. 또 흑인 문화의 복식 전통과 그에 내포된 역사적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해 활기차고 생생한 패턴과 색감으로 흑인 정체성에 대한 감정적인 찬사를 전달한다.보아포는 실질적인 흑인 예술 부흥에 기여하기 위해 2022년 고향 아크라에 아티스트 레지던시 ‘닷 아틀리에’를 설립해 가나의 예술 생태계를 강화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그의 작품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마이애미 루벨 컬렉션, 비엔나 알베르티나 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에 소장돼 있어, 흑인 문화의 가치와 서사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이번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판화에 걸쳐 네 개의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되며 마지막 공간에는 한국 전통 한옥의 마당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설치가 마련됐다. 이 공간은 가나 출신 건축가 글렌 드로쉬와 작가가 협업해 설계한 것으로, 보아포의 시각 언어와 한국의 문화유산이 교차하는 장소이자 서로 다른 경험과 정서와 사고가 소통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우양미술관 측은 2025년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향후 방향성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존 미술 제도 내에서 주변부로 간주 돼온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보다 포용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미술관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시의 일환”으로 이번 전시도 기획했다고 전했다. 우양미술관의 새로운 비전과 깊이 맞닿아 있는 아모아코 보아포의 이번 전시는 세계와 타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