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처럼, 바이오 인재들이 몰리는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포스텍 연구특구 인근의 한 바이오 스타트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 ‘철강의 도시’로 알려졌던 포항이 이젠 세계 신약개발 기업들이 주목하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포항이 조용한 산업 대전환의 중심에 섰다. 철강산업의 위세를 뒤로 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국가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된 데 이어, 포항시는 신약개발 R&D 플랫폼, 백신 실증센터, 바이오 인력 양성 체계 등 전방위 전략을 통해 ‘K-바이오’의 중심도시를 꿈꾸고 있다. ◆ “철에서 생명으로”… 포항, 10년 준비 끝 결실 포항의 바이오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2015년부터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첨단 R&D 생태계 구축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극저온 전자현미경,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은 포항이 확보한 핵심 인프라다.그 결실로 2024년 6월, 정부는 포항과 안동을 ‘국가 바이오 특화단지’로 최종 지정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기술력은 물론 실증·제조까지 가능한 바이오 전주기 생태계를 갖춘 몇 안 되는 도시가 될 것”이라며 “보스턴,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바이오허브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초격차 R&D 자본 확보… 국비 1200억 원 유치 포항시는 국가 바이오 연구개발(R&D) 예산 확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지금까지 확보한 국비만 해도 12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구조기반 백신 상용화 시스템 구축(163억 원) ▲동물대체시험 플랫폼(165억 원) ▲바이오미래기술 혁신연구센터(565억 원) ▲신약디자인 플랫폼 구축(313억 원)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포스텍 생명과학과 박철호 교수는 “포항은 이미 기초 바이오연구뿐만 아니라 임상 전 단계까지 소화할 수 있는 장비·인력 기반을 갖춘 도시”라며 “국내외 바이오 벤처들이 이곳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의대 없는 바이오도시?”… 포스텍 의대 신설, 의료공백 해소 열쇠 되나 하지만 포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의과대학의 부재’다. 바이오 R&D 역량은 충분하지만, 이를 임상 데이터와 연결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는 지방의료공백 문제와도 직결된다.이에 따라 포항시는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을 공식화하고, 지난 2023년부터 시민 30만 명이 참여한 의대 설립 서명운동을 벌였다. 시의회는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연구기관과의 MOU 체결도 잇달아 진행됐다.정부 역시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북권 의대 설립 검토'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포항시는 이 약속을 근거로 경북도와 정치권 공조를 통해 의대 유치의 물꼬를 트겠다는 입장이다. ◆ 전문가 '지방소멸 해소+첨단산업 육성, 두 마리 토끼 잡는 모델' 지역균형발전 전문가들은 포항의 전략을 '지방소멸 위기 극복과 국가 산업경쟁력 강화,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해법'으로 본다.건국대 유태준 교수는 “포항은 R&D 기반도, 지자체 의지도 뚜렷하다”며 “의과대학이 결합되면 보건, 바이오, 제조, 교육이 연결된 복합 생태계가 완성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실제로 포항시는 다른 도시보다 빠른 규제 해소 체계와 지방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기업 인센티브, 공공-민간 협력 연구 체계로 모범사례로 꼽힌다.◆ 바이오메카 조성에 ‘산학연’ 전방위 결집 포항의 바이오 혁신은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간 긴밀한 협력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포스텍과 한동대의 우수한 연구 인력들이 대규모 국비사업을 이끌고 지역 벤처기업들은 최신 연구시설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특히, 포항시는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해양바이오메디컬 실증센터’ 등 특화 연구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하며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실증기반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 효과 기대 바이오산업 육성은 단순히 첨단기술 발전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신약개발과 바이오벤처기업의 증가가 고급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연관 산업까지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이강덕 시장은 “바이오 특화단지 조성으로 포항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산업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과제와 방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의과대학 설립과 더불어, 바이오산업 생태계 내 중소기업 지원과 지속 가능한 투자 유치, 글로벌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또한 포항시는 AI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스마트 바이오산업 전략을 마련해, 경쟁국 대비 한발 앞선 융복합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글로벌 협력과 미래 신산업 전략도 ‘착착’ 포항시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선진 바이오 클러스터와의 교류를 통해 기술과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해외 시장 진출 발판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또한 AI, 빅데이터, 로봇기술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과 바이오를 융합하는 ‘스마트 바이오’ 전략을 구체화해, 차별화된 신약개발 플랫폼을 완성할 예정이다.이와 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추진하는 ‘바이오 산업 첨단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어 포항은 국가 바이오산업 발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포항서 꿈 키운다”… 젊은 바이오 인재 유입도 활발 지역 대학과 연구소에서 배출되는 젊은 인재들도 포항 바이오산업 발전의 밑거름이다. 특히 포스텍과 한동대가 바이오학과 및 융합 연구를 강화하며 우수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지역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협업도 활발해져, 청년들이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경험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이제 포항은 ‘철강의 도시’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심장으로 뛸 채비를 마쳤다. 향후 5년, 10년 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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