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공시로 주가를 조작하거나 상장기업을 사유화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주고도 세금은 내지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과세당국이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선다. 국세청은 주식시장을 교란해 부당 이익을 얻은 불공정 행위 탈세자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새 정부 첫 세무조사 발표다.주가조작 목적 허위 공시 기업 9곳, '먹튀' 전문 기업사냥꾼 관련 8곳, 권한을 남용해 사익 편취한 지배주주 관련 10곳 등 모두 27개 기업과 관련자들이 대상이다. 이들 기업 중 24곳은 코스닥·코스피 상장사이며, 매출액이 1500억원을 넘는 중견기업 이상도 5곳 포함됐다.사건 관련자들의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 수준으로, 조사과정에서 확대될 수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23일 취임사에서 "민생 침해 탈세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 등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시세조종꾼 A씨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코스닥 상장사인 B사가 연 매출 5배를 초과하는 대규모 수주계약을 체결했다는 거짓 공시를 띄웠다. A씨는 B사 주가가 8배가량 뛰자 B사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후 B사의 주가는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고 곧이어 거래정지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A씨처럼 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운 후 주식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누린 조종 세력들이 무더기로 덜미가 잡혔다.이번 조사 대상 기업들의 주가는 허위 공시 후 평균 64일 만에 400%가량 치솟았다가 이후 평균 68일 만에 고가 대비 3분의 1토막으로 폭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세력은 조합원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투자조합을 설립해 친인척·지인 명의로 주식을 분산 취득한 뒤 주식을 매도해 대주주 양도소득세 의무를 회피하기도 했다.국세청은 '차명 주식'은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추징하고 양도차익 소득 신고 누락 등을 철저히 조사해 세금을 추징할 방침이다.내부정보 이용 등 권한을 남용해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한 상장기업 지배주주들도 포착됐다. 의약품 제조 상장사인 D사 사주는 호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 상승이 예상되자 싸게 사들인 전환사채를 자녀 법인이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취득금액 그대로 양도했다. 이후 주가가 60% 이상 급등하자 사모펀드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었고, 이 가운데 수십억원은 자녀법인에 투자수익으로 분배됐으나 관련 세금은 신고되지 않았다.비슷한 수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공정 합병,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자녀에게 세금 없이 자산을 이전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상장기업 사유화' 조사 대상 기업의 자녀들은 증여받은 재산을 가액 대비 평균 8.5% 수준으로 축소해 신고했다.또한 사채를 동원해 건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횡령 등으로 기업을 빈껍데기로 만든 기업사냥꾼들도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 이들 기업사냥꾼으로 인해 대부분 기업은 주식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 폐지됐고 거래가 재개됐더라도 주가가 인수 전 대비 86% 하락했다. 
 
기업사냥꾼들은 빼돌린 회삿돈을 경영 자문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위장해 세금을 탈루했으며, 회사 비용으로 고가 수입차와 명품을 구매하고 고급 호텔과 골프장을 이용하며 사치를 누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