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한때 '산업수도'라 불렸다. 영일만을 끼고 포스코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한국 산업화를 견인한 도시다. 그러나 산업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철의 도시’는 쇠퇴하는 산업구조의 한계와 도시 노후화를 동시에 겪었다. 그 중심에 포항이 있었다.이번에 해양수산부의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공모에서 포항이 최종 선정된 건, 그 변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총 1조 3천억 원 규모의 사업은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이지만, 이 사업이 지닌 상징성은 단지 숫자에 있지 않다.이번 사업의 핵심은 ‘도심과 해안의 융합’이다. 전국 대부분의 해양도시들이 해안과 도심이 분리되어 있는 반면, 포항은 도시 중심에 바다가 있다. 영일만과 송도, 환호동 일대는 이미 포스코 등 대형 공장이 물러난 자리를 중심으로 재편이 진행 중이다. 이번 공모로 기존 민간투자와 국책사업이 하나의 축으로 묶이게 되며, 체류형 관광도시로의 본격적인 전환이 가능해졌다.시가 제시한 계획은 단순한 해양공원 조성을 넘어, 복합마리나, 글로벌 특급호텔, 컨벤션센터(POEX), 송도 구도심 재개발 등 관광·MICE·레저가 어우러진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포항이 단기 체류 중심의 관광지에서 머무는 관광지,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간과 공공의 유기적 협업이다. 포항시는 이미 1조 원이 넘는 민간투자를 확보했고, 그에 정부와 지자체 재정이 연계되며 공공의 투명성과 민간의 효율성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구성했다. 단순한 전시성 사업이 아닌, 수익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구성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화려한 청사진 이면에는 분명한 과제도 있다. 첫째는 실현력이다. 계획만 거창하고 실제 투자와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시계획은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포항이 직면한 첫 번째 도전도 ‘투자 유치의 실행력’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와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를 얼마나 끝까지 유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두 번째는 ‘시민 체감도’다. 아무리 멋진 관광시설이 들어선다 해도 시민이 접근할 수 없고, 생활과 동떨어진다면 이는 그저 외부인을 위한 시설로만 남을 수 있다. 진정한 해양관광도시는 시민과 관광객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세 번째는 지역 균형 발전이다. 영일만 일대의 개발이 과도하게 집중되며 구 도심이나 농어촌 지역이 소외될 경우,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이 도시 전체로 파급 효과를 가지려면 ‘관광동선의 확장’과 ‘지역 연계 콘텐츠 개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이강덕 시장은 “민선 6기부터 지속적으로 준비해온 사업”이라며 “이번 공모는 10년 준비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선정은 정치권과 시민사회, 행정이 각자의 자리에서 긴밀히 움직인 결과였다. 공모 PT부터 현장실사까지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한 점도 인상 깊다.기자는 현장을 다니며 포항 시민들의 반응을 접했다. 한 상인은 “예전엔 여름에만 사람이 몰렸는데 이제 사계절 손님이 올 수 있으면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한 시민은 “또 보여주기식 사업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기대와 의심이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포항의 과거 도시재생 사례들이 남긴 상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지금 포항은 변곡점에 서 있다. 해양관광이란 말이 막연했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그 개념을 구체화하고,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구호가 아닌 실천, 계획이 아닌 실행의 시간이 온 것이다.포항의 바다는 이제 다시 ‘경제의 바다’로 부활을 준비 중이다. 철강으로 시작된 산업의 시대를 넘어, 관광과 문화, 레저로 확장되는 해양시대의 중심에 포항이 있다. 그 바다에 진짜 미래를 띄울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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